7. 알밤 잔치
반질거리는 알밤
산책길에 알밤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대전 우리 집 옆 공원에서도 이 밤을 봤지만 도심이라 매연에 오염되었을 것 같아 줍지 않았다.
신나게 여남은 개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내일은 커다란 봉지를 들고 와서 싹쓸이해야겠다.
딸과 사위와 손녀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냄비에 삶았다.
손녀와 삶은 밤 한 개를 반으로 잘라 맛을 보았다.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토종 야생 밤과 노랗고 포슬 거리는 식감이 똑같았다.
그런데 어쩐지
그런데 어쩐지
아린 듯 쓴 듯 맛이 묘했다.
“참 아깝네요. 살릴 방법 없을까요. 할머니?”
“해볼게. 기다려.”
단단한 껍질은 칼날을 거부했다. 있는 힘을 다해 손 다치지 않게 조심하며 돌려 깎았다. 밤 깎는 기계가 절실한 순간이었다. 팬에 밤을 넣고 꿀을 듬뿍 들이부어 앞뒤가 노릇노릇할 때까지 구웠다.
달콤한 밤 향기가 실내 가득 퍼졌다. 냄새 만으로는 파티를 열어도 좋을 토요일 밤처럼 황홀했다.
부푼 기대감으로 반쪽을 떼어먹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아까보다 더 썼다.
이건 아니다 싶어 서양 밤을 검색했다.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결과 가시칠엽수 마로니에 열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포닌과 글루코사이드가 함유되어 있어 그냥 먹으면 위경련, 현기증, 구토 현상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 열매를 먹고 응급실에서 위세척을 받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옛날부터 치질, 자궁 출혈 등의 치료약으로 사용했으며 최근에는 동맥경화증이나 종기 치료에도 쓰인다.
까닥하면 딸네 식구 집단 식중독에 걸리게 할 뻔했다. 모골이 송연하다.
괜한 짓 하느라고 아까운 꿀만 반 병 넘게 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