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도 MBTI 과몰입자였다.
사실 MBTI 만큼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어색한 시간을 깨주는데 효과적인 것은 없다. 그 생각은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도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처음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면, 전보다는 자주 MBTI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한때 나도 MBTI 과몰입자였다. 그래서 친구가 어떤 행동을 하면 "너가 F / T 여서 그래~!", "너가 S / N 이어서 그래~!" 라는 말을 하고 그 친구를 단정지었다. 그래서 MBTI는 나와 맞는 친구를 고를 수 있는 아주 똑똑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그 검사에 과몰입한 스스로에 대해 우쭐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 방법을 통해 상대의 MBTI를 듣고 나와 안 맞는 궁합의 사람들과는 애초부터 만나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근데 어느날 문득 의문이 생겼다. '내가 뭔데 상대를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그 사람에 대하여 평가하는걸까?', '내가 그렇게 대단한 심리학자인가?', '단지 MBTI라는 4가지 스펠링으로 한 사람을 단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의문말이다. 동시에 나와 최악의 궁합인 MBTI를 만나도 재밌게 하루를 보낸 경험이 떠올랐다.
그렇게 MBTI의 정의에 대하여 한번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본래 성격유형검사(MBTI)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평가하기 위해 학교, 군대, 직장에서 쓰는 방식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어떤 업무와 직무가 이 사람에게 잘 맞을지 도와주는 검사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왜 실생활에서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를 평가해야할까?" 그 사람과 함께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순간의 감정을 나누기 위해 만남을 가지는 것인데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어느 순간부터 상대의 MBTI에 대해 물어보는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최악의 궁합이 나온 상대와도 실제로 만났을 때, 최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최고의 궁합이 나온 상대와도 실제로 만났을 때, 최악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성격은 맞지만, 성향이 안 맞을 수가 있고, 성격과 성향은 잘 맞지만, 만났을 당시의 상황이 안 맞을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다양한 이유로 변하고 발전하는데, "나는 그동안 하나의 기준(mbti)으로만 멋대로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하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미치자, 주기적으로 하던 MBTI 검사도 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때, MBTI는 정말 재밌는 수단이다. 하지만 이 방식을 통해 상대를 무분별하게 평가하는 것이 과연 맞는 방식일까? 라는 물음은 모두 한번쯤 가져봐도 재밌을 것 같다.
평가하고 분석하는 것은 참 피곤하고 까다롭다. 하지만 바쁜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MBTI의 이미 평가가 완료된 평가지를 거름망 삼아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편하게 1차로 거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2차로 '나와 맞는 사람'을 걸러내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100문제가 넘는 피곤한 문제지를 성심성의껏 푼다. "얼마나 편하고 효율성 넘치고 가성비 넘치는 관계인가?" 애초에 만나보지도 않고, 사람을 거를 수 있는 방법이 생기다니 말이다.
하지만 옷은 입어보고, 음식은 먹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괜찮을 것 같던 옷을 막상 입어보자 핏이 별로였고, 억지로 먹었던 음식이 생각보다 괜찮을 때가 있다. 상대에게 애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옷과 음식을 대하는 것처럼, 상대를 지레 판단하지 않고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막상 만났을 때에 성격이 비슷하면 공유하고 있는 것이 좋을 수 있고, 성격이 다르면 새로워서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가성비로 대하기에 사람은 너무 복잡한 동물이니까!
딱! 딱! 떨어지는 MBTI도 좋지만, 16가지 유형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의 글들을 보면 MBTI에 대한 내 의문과 질문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MBTI 글을 적은 나에 대한 MBTI 추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