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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Nov 14. 2023

수영하기 싫은 날에도 수영하는 이유

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다.


온몸이 찌뿌둥하고 어깨가 쑤시는 날.

또 업무 과다나 밤잠 설침으로 피로가 누적되어  아직 몸이 회복되어 있지 않은 날.


이런  수영을 하면 최악이다. 개인 기록도  나올 뿐더러, 그동안 공들여 익혀 두었던 폼도 망가진다. 겨우 3번 왕복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놨더니 2번 왕복하니 벌써 지쳐있다. 또 피로 누적으로 근육이 말을 안 들으니 속도가 안나고, 속도가 안나니, 양력이 부족해서 몸은 가라앉고, 몸이 가라앉으니, 물만 계속 먹게 되고, 모든 것이 악순환이다.


하지만 이런 날에도 난 계획해 두었던 수영을 하러 간다.


 우리의 몸 상태나 컨디션은 날씨와 같아서 1년 내내 맑음일 수는 없다. 어두컴컴하고 비 오는 날이 있듯이 우리 컨디션도 침체되고 처지는 날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우리는 출근하고 업무를 보고 일상생활을 한다. 수영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 습관이 확실히 몸에 배려면, 또 수영이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나는 짧은 시간이라도 늘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이 처진다고 해서 쉬어버리면 다음에도 또 안하고 싶고 습관이 몸에 배는 것도 그만큼 늦어질거라 생각한다.

 

  컨디션 안 좋은 날 수영을 하게 되면 여러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지만 유독 그렇기 때문에 깨닫게 되는 것들도 많다. 특히 안되는 날은 뭘해도 안되는 날이기 때문에 그동안 숨겨져 있던 나쁜 폼이나 습관들도 다 튀어 나와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따라서 그날 수영을 마치고 안좋았던 폼들을 하나 하나 곱씹고 성찰하게 되면, 나쁜 습관들을 이전보다 확실하게 교정할 수 있다. '잡았다 요놈 !' 할 수 있는 날이 그 날인 것이다.


한편으로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는 것이 왜 중요한 일일까? 최악의 상황 더이상 내려갈 곳도 없는 지하실 상황을 경험하게 되면 사람은 무서울게 없게 된다. 앞으로 뭘하든 최악의 그때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되고 어떻게 해도 그때보단 더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원래 세웠던 계획, 즉 나와의 약속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타협을 하고 싶지 않다. 몸 컨디션을 보고 일정을 미루거나 타협할 경우 내 의지도 그만큼 약해지고 또  몸도 게을러지게 된다. 비록 운동하면 몸 근육을 생성하지는 못할지언정 그래도 가서 운동했다는 뿌듯함만으로

마음 근육은 강하게 키우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난 오늘도 수영장을 간다.

오늘도 몸은 무거웠지만 무거우면 무거운대로 지지않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러고보니 수영 레이스 하듯 오늘 새벽 수영 온 모든 사람들이 그런 모습이었다. 그들도 열심히 스트로크를 하며 지금 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어떻게든 1m라도 더 가겠다는 의지를 태우는 모습이었다.


수영장은 늘 그렇게 꾸준하고 열정이 넘치고 성실한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 같아 즐겁다. 그런 모습에서 나는 삶의 활력을 되찾고 그들과 동화되는 것을 상상한다.


물에 적응해 가는 육체만큼이나 컨디션에 좌우되지 않고 내 마음도 탄탄해지길 바라면서 오늘도 새벽 발걸음은 수영장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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