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동훈 Nov 15. 2023

호텔 숙박보다 선물 보내기가 의미있는 까닭

 나는 평소 지인에게 온라인으로 선물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옛날에는 돈 쓰는게 아깝다 생각도 많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남들에게 선물을 보내고 그들로부터 감사하다는 답례 문자를 받을 때 상당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베푸는 삶도 습관인 것 같다. 자꾸 타인을 신경쓰고 타인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어느덧 내가 선물을 받은 것처럼 만족감에 배불러진다.


그런데 사실 내가 지인들에게 선물 보내는 것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그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수렵시대부터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을 내집단-외집단으로 구분하고 그들을 다르게 대우했다. 즉 내집단 사람들에게는 자기 편이다 동질감을 느끼고 잘해주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반면, 외집단 사람에게는 이질감을 느끼고 무관심하거나 심할 경우 적으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보통 한 사람이 내집단으로 여기는 사람의 규모는 100-150명 정도였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생각할 때 선물 보내기란 타인이 외집단이었던 나를 내집단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세상에 선물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도 그들의 특별한 날(생일이라든지, 자식 돌잔치라든지, 수능이라든지) 선물을 준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은 선물을 준 상대의 세심함과 배려심에 감동 느낄 것이고 큰 호감도 가지게 될 것이다.


특히 선물 받는 대상이 직장 동료이거나 사업 파트너일 때는 더욱 이상적이다. 이는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는 한 사람이라도 내 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얽힌 사회에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의견대립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면, 즉 내 편이 많다면, 그만큼 대처하기나 일하기는 수월해진다.



그런데 선물이라 해서 꼭 상대에게 값비싸거나 큰 것을 안겨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비싼 선물은 상대에게 큰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난 그렇게 생각 안했는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큰 선물을 주나. 무슨 이유라도 있나?'


 생각지도 않은 선물에 오히려 상대는 호의보다는 의문을 품을 수 있고, 비싼 답례로 대체 무엇을 해줘야 하나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가족이나 베프 수준의 관계가 아니라면, 오히려 무거운 선물보다는 가벼운 선물이 부담없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상대의 경제 규모를 생각할 때, 특히 전문직이나 영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만원-이만원짜리 선물은 간에 기별도 안가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만나 본 사람들에 한해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이건 내가 사교 모임의 총무를 맡았을 때 느꼈던 일인데 자산이나 소득이 많은 그들도 오천원짜리-만원짜리 쿠폰을 상당히 좋아했다. 사소한 커피 한잔이나 밥값이라도 내가 낸 것에 대해서는 결코 잊지 않았다.


'소득이 많아도 에 대한 관념은 다들 큰 차이가 없구나.'


깨달았던 상황이었다. 즉 그들에게도 만원-이만원 짜리 선물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선물이었다.


한편으로 사소한 선물 보내기는 직장이나 친구들 사이 내 평판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저 사람은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야."

 "저 친구는 남을 챙길줄 알고 리더십이 있어."


사람은 자기가 느끼는 주관적 감정에 따라 남을 평가하고 이를 무의식적으로 그렇다고 스스로 믿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상대일수록 좋은 감정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실 요즘 호텔이나 리조트 하루 숙박료는 기본이 15-17만원 하는 상황이다. 물론 타지에서 하루 그렇게 숙박하는 것도 나름 휴양이고 그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그렇게 보내는 것에 대해 그만큼 많은 돈을 쓴다는 건 난 다소 휘발성 짙은 지출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히려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있는 요즘 선물 보내는 것은 손가락 몇 번이면 전송될 정도로 아주 간단하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나 빵, 커피 같은 만원짜리 선물의 경우 하루 숙박료와 비교해 볼 때 같은 값 대비 무려 17번이나 선물을 보낼 수 있다.


사소한 선물 하나는 상대의 마음에 호감을 심어주고 나에 대해 긍정적 인상도 갖게 만든다. 효과만점이다.


작은 돈 아낀다고 안쓰기보다 하루 숙박료 아끼면 그 돈으로 17번이나 좋은 인간관계 형성에 쓸 수 있는 셈이다. 이래도 안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당신이 생각하는 선물은 어떤 의미인가?



         



작가의 이전글 요즘 사람들은 왜 자신을 불행하다고 여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