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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Dec 13. 2023

살면서 적당한 취미 하나는 필요한 이유

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다.


나는 충분히 잘한 것 같은데 타인에게는 인정받지 못하는 날. 그리하여 내가 이거밖에 안되나 자존감이 바닥 치는 날.


이런 날은 참 곤란하기 짝이 . 차라리 번아웃 상태면 하루종일 잠만 자도 기분이 풀릴텐데 이건 뭐 가슴은 분노로 가득차 있고 기분은 울적한데  피곤하지는 않고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사실 이런 상태일 때는 감정을 가만히 쌓아둘수록 독이 된다. 분명히 억눌리고 풀리지 않은 감정인데 이를 계속 외면한다고 해소되는 것도 아니고, 날카롭고 예민한 상태에서는 상대와 대화를 할수록 상대 반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안좋은 표정으로 상대에게 화를 내거나 실수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런 날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자. 차라리 힘 쏙 빠지게 운동에만 집중하여 내 마음 속 내재된 분노를 다 뿜어내자.


나는 곧장 수영을 하러 수영장으로 향했다. 가족들에게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지금 분노로 가득찬 이 감정을 해소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직종에 사정을 잘 아는 와이프도 이해한다면서 실컷 하고 돌아오라고 말했다.


그렇게 수영장으로 가서 아무 생각없이 물 속으로 들어갔다. 넓은 수영장에 많은 사람들의 수영하는 소리를 들으니 그래도 기분전환이 되었고 들어갔던 물 속도 시원하기 그지 없었다.


첨벙첨벙 후읍하후읍하


계속해서 물속에서 스트로크와 호흡을 하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운동)에 집중했다. 그렇게 나 자신이 내 몸을 계속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마음 속 내재된 분노도 조금씩 휘발되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이성을 되찾으니 오늘의 일을 차분히 생각할 수도 있게 되었다.


'어차피 이런 평가를 받은 이상 지금 당장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어. 다만 앞으로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이런 평가를 받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스스로 되짚어보자...'


어른이 되니까 안좋은 점 한 가지는 누구하나 나에 대해 직설적으로 뼈 때리는 조언이나 충고는 잘 안해준다는 점이다. 때론 서로가 너무 격식을 차리고 눈치를 보다보니, 우리는 정작 자신의 객관적인 상황이나 위치는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마치 생기부 특기사항은 칭찬으로 가득한데 실제 객관적인 점수는 형편없는 상황이랄까....

나 같은 경우도 평소에는 쓴소리 한번 못 받다가 연말 막판에 이런 대접을 받으니 이게 '사람들의 진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자 평가였나' 충격이 더 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지금 당장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 상황을 받아들인건 받아들이고 분노를 승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내가 더 적극적이고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에 대한 평가를 서서히 변화시키는 방법 밖에 없지 않을까.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기회나 도전은 늘 있는게 아니라 때론 타이밍이 맞아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타이밍을 잘 잡은 사람은 갈고 닦았 자기 능력을 과감히 보여줄 때 온전히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주목받을 수 있다.


인생은 길다. 그리고 기회는 또 온다. 하지만 그 기회를 온전히 잡기 위해선 때론 쓰라린 일들을 빨리 해소함도 필요하다. 요즘 배우고 있는 수영은 그런 면에서 나에게 참 좋은 운동이다.


당신은 어떻게 기분을 전환시키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가? 때론 그런 기분전환을 위해서도 취미나 운동하기는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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