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동훈 Jan 08. 2024

개근상이 전교에 2명이라고요?

올해 우리 학교의 고3 졸업식에는 특별한 상이 하나 있었다. 바로 3년 개근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수상자가 전교에 2명밖에 없었다.


왜 2명인가? 전체 개근상 수상자들을 대표해서 2명이 아니라 실제 전교에 3년 개근인 학생이 고작 2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20년 전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참으로 기가 막힐 것이다.


아니 어떻게 300명 학생 중에 3년 개근이 2명밖에 없단 말인가? 요즘 아이들은 도대체 학교를 다니는건가 안다니는건가.


그런데 이런 기막힌 일은 학교에서 한달만 담임으로 근무해 보면 '이래서 없구나' 대충 어느정도 이해를 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 특성 중 하나는 참을성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라때도 학창시절 어른들에게 그런 소리를 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요즘 아이들보고 참을성이 없다니? 물론 내가 꼰대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아이들의 인내심 부족 현상은 최근엔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소울메이트이자 분신이 되어 심심함을 느낄 수 없는 세대. 어릴 때부터 왕자 공주 대접을 받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부모가 열성적으로 놀아줬던 세대.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환경의 학교를 심심하여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한다.


아이들은 학교를 갑갑해한다. 선생님들께는 예의를 갖춰야 하고, 매시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수업을 들어야하고, 개인행동은 금지되고 단체행동을 해야 하니까. 편하게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환경이니까.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틈만 나면 학교를 안나오려 한다. 


배가 아픕니다. 허리가 안좋습니다. 열이 너무 납니다. 병원가겠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나는 매일 여러통의 이런 문자를 받는다. 그리고 이 문자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이나 학부모로부터 온 것으로 결론은 오늘 아프니까 병원가서 진료받고 학교 빠지겠다는 뜻이다.(-진짜 아픈지 가짜 아픈지 확인할 방도는 없다. 아마 진짜 아프더라도 확률상 구할은 충분히 학교를 나올 수 있는 질병일 것이다.-)


학기말이 다가올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되어 심지어 어떤 여학생은 나에게 이런 문자까지 보냈다.


선생님 오늘은 감기라서 질병 결석 쓸거에요. 그리고 내일 모레는 생리결석 쓸 거에요. 참고해주세요.         



 12년전 초임때 일년 출결서류랑 비교해 봐도 요즘 아이들의 출결 서류는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예전에는 1년치 출결 서류라 해도 화일철 하나에 충분히 다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올 한해 아이들의 출결 서류는 한달치 출결서류가 화일철 2개가 필요할 정도다. 20명 남짓한 반학생들의 한달치 질병 서류가 140개라니.....이 아이들은 도대체 한달에 학교 나오는 날이 며칠인 것인가?


문제는 이렇게 질병 서류가 남발되어도 학교에서는 규정상 딱히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픈 것 여부와 상관없이 병원 진료확인서 한장만 받아오면  질병 결석은 간단하게 처리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손쉽게 진료확인서를 잘 끊어주는 병원을 서로 공유한다.


그리고 이 병원을 자기들 전담병원으로 지정하여 틈만 나면 학교 대신 그 병원으로 등원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요즘 담임들은 매달 할 일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바로 앞에서 말한 한달 백 건을 넘어가는 출결서류 정리인데 정상적인 학교 근무시간에는 도저히 처리가 불가능하니 하루나 이틀 날 잡고 야근을 신청해서 처리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2명 학생의 개근상 수상은 참으로 뜻 깊었다. 선생님들께 들어보니 이 학생들은 평소 수업 태도도 좋았을 뿐더러 늘 꾸준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였던 친구들이었다고도 한다.


나는 이런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서 더 인정받고 보상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프로 스포츠에서도 팀을 위해 꾸준히 출장하여 좋은 스탯을 기록해주는 선수가 부상으로 출전이 들락날락한 선수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 않은가.  


물론 요즘에 성실함은 산업화 시대 자본가에게나 각광받던 구시대적 산물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난 그럼에도 성실함은 시대 문제와 상관없이 마땅히 늘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게으르거나 들쭉날쭉한 사람보다 꾸준하고 부지런한 사람을 신뢰한다.


 또 그런 성실함을 갖춘 사람만이 꾸준히 자기 계발을 위해 배우고 노력하여 건강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런 성실한 사람들이 각광을 받아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감과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성실함이 존중받고 참을성이 인정받는 사회.


시대가 변한다해도 이 덕목들만큼은 계속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용기를 가지고 상위리그로 가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