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2학년 부장을 맡았다. 학년부장을 맡고 나서 내가 매일 빠짐없이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그건 바로 급식 지도이다.
고등학교의 점심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이 시간 내에 1,2,3학년 1200 여명의 학생들이 밥을 제때 먹기 위해서는 당연히 효율적인 질서 지도가 필요하다.
특히 교사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새치기를 하는 아이들, 심하게 장난을 치다 넘어지는 아이들, 고성방가 소리를 지르며 눈쌀 찌푸리게 만드는 아이들.
이런 수많은 상황이 있기에 급식 지도는 잠시라도 방심을 할 수 없다. 특히 '급식 먹기 위해 학교 간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하교 다음으로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바로 급식 시간 아닌가?
이런 즐거운 시간, 한편으론 방방뜨기 좋아서, 1200명의 아이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들어사고가 많을 수 있는 급식시간이라서, 이 시간의 질서 지도는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급식지도는 학교의 모든 선생님이 순번을 짜서 돌아가며 지도한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플러스 @로 우리 학년 아이들이 밥먹으러 들어갈 때까지 당번 선생님들과 늘 함께 지도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매일 지도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이 시간이야말로 하루 중 2학년 학생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는 말이 있다. 나는 학년부장으로서 점심시간만이라도 아이들을 자꾸 바라보고 만나고 부딪쳐야 서로 미운정, 고운정 쌓아가며 관계가 돈독해질 것이라 믿는다. 또 그렇게 관계가 형성되어야만이 아이들이 친밀감과 신뢰를 가지고 나를 바라볼 것이고 내 지시와 가르침이 통할 것이라고 믿는다.
급식지도를 하면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나누는 대화는 모두 사소한 것들이다.
"오늘 밥이 뭐니?"
"오늘 왜 이렇게 기분 좋아보이니?"
"이번에 동아리 선택 뭐했니?"
"요즘 제일 잘나가는 게임이 뭐니?"
"담임 선생님 과목이 뭐니?"
"이번에 학급 반장 누가 되었니?"
내가 웃으면서 하나의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은 대화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자기들이야기를풀어낸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과 나의 관계맺기는 형성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특히 오전 4시간 내내 수업을 듣고 있으면 금새 뇌는 지쳐있고 이제는 듣기보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나는 그런 아이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 기분을 풀어주고 일상을 파악하고 더욱 더 아이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도록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