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가장 큰 업무는 다른 부서랑 매번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는 학년을 넘나드는 수많은 행사나 업무가 기획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각 부서끼리 항상 의견 교환이나 역할 분담, 조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체육관에서 입학식이 있다면 1학년부, 교무부, 예체능부끼리 행사 장소 순서 정리를 협의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런 회의 중어떨 때는 나 혼자 판단하여 결정해야 할 때가 많다. 여러 의견들을 주고 받는데 매번 시시콜콜하게 담임 선생님들께 의견을 물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 는 말처럼 각 안건마다 너무 많은 의견을 받고 조정이 안되다 보면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해진다.
그런데 회의가 마무리 되면 또 그걸로 끝은 아니다. 이제는 학년부 교무실로 돌아가 담임 선생님들께 미니 회의를 통해 그렇게 결정하게 된 과정을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 때론 추가 의견도 수합 받아야 한다.
학년부장을 하니까 나를 찾는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 예전 담임 시절보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나를 찾는 목소리는 적어도 3배 이상은 늘었다. 작년엔 숨죽이며 있는 듯 없는 듯 아이들과만 조용히 상담했던게 나의 모습이었는데 올해는 협의 문제로 부장선생님들이 또 담임 선생님들이 수시로 나에게 의견을 구한다.
부장님 어제 반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할까요?
부장님 혹시 우리학교 규정에 따르면 이건 가능한 일인가요?
등등 어려운 질문(쉬운 일은 질문도 하지 않으시겠지)을 하시는 담임 선생님들이 계시다.
그럴 때 나는 냉철한 T모드가 되어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이럴 때 학년부장이 잘못된 판단이나 의견을 내버리면 권위를 스스로 깎아먹는 경우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학교업무 관련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그 외 부수적인 것으로 교무실이나 학년 분위기를 즐겁고 화목하게 만드는게 내 업무이기도 하다.
예전 글에도 말했지만 나는 학교 분위기가 경직되게 흘러가는게 너무 싫었다. 아무리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 받더라도 분위기나 흐름이 너무 경직되고 긴장되어 있으면 그건 사람에게 괴로움과 고통을 준다.
사람이 놀이를 하든, 일을 하든, 즐겁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임해야 일의 능률도 올라가고 자꾸 학교에 오고 싶을 것 아닌가? 그래서 난 2학년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늘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또한 거울 이론처럼 내가 활짝 웃고 있어야 아이들도 따라 웃을 것이고 절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늘 등굣길이 가벼운 학교, 즐거운 학년 분위기를 만드는게 나의 업무이자 목표다. 그래서 난 매일 복도나 교무실에서 사람들을 마주할 때 마다 헤픈 사람처럼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나는 극I 성향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람을 자꾸 대하다보면 에너지를 얻기보다 금새 지치고 힘들어져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학년부장은 이게 참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던진 농담 한마디에 교무실 분위기가 하하호호가 되고 아이들이 내 웃음에 같은 미소로 화답할 때 나는 큰 보람을 느낀다. 지치지만 내가 계속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고등학교의 특성상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나는아이들에게 늘 긍정과 에너지를 심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