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자신만의 길을 걷습니다.
저는 목적지를 확인하며 걷기보다는 주위를 자주 둘러보는 편입니다.
그러다 눈에 띄는 길을 발견하면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바라보며 그 길을 눈에 담습니다.
그동안 저의 길에는 풀이 자라
걷기에 영 거치적 거립니다.
풀을 꾹꾹 밟으며 걸어 나가다가
조금 더 오래 한 자리에 머무른 날에는
다시 발을 내딛기가 주저됩니다.
"이 길이 맞나?"
저 사람의 길은 좁지만 반듯하게 잘도 이어져 있는데
왜 나의 길은 이렇게도 험난할까
조금 속상해하며 서 있다가
'다 내가 게으른 탓이지'라는 말을 뱉습니다.
그리곤 정말로 게으른 사람이 될 것인지
아니면 잠시의 푸념으로 남길지 고민합니다.
조금 더 어린 시절의 저는 영화를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두어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 나오면
어느 때는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또 어느 때는 지금의 삶에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를 잘 보지 않아요.
이제는 그 안에서 나를 보아도, 나를 보지 못해도
조금 허무한 기분이 듭니다.
나이가 먹은 만큼
내 팔과 다리에 걸린 제약들이
스크린과 나 사이를 아주 멀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와 타인을 명확히 구분하게 된 것이죠.
영화관의 불이 켜지는 순간
순식간에 현실로 끌려오는 그 기분이 썩 좋지 않아요.
저는 지금 쪼그려 앉아 있습니다.
엉덩이를 바닥에 철퍼덕 대고 앉지도 못하고
또 일어나 부지런히 걷지도 못하고요.
쪼그린 다리가 저릴 때쯤 잠시 일어났다
다시 쪼그리고 앉아 타인의 삶을 관전합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불쑥 내민 손을 잡고 따라가기도 해요.
바로 지금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