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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Jun 07. 2023

삶이 진흙탕일때

대부도에 글램핑을 갔을 때 이야기 입니다. 비가 내리는 밤에 글램핑을 하고 다음 날에는 다행히 비가 그쳐서 날씨가 맑아지더군요. 대부도까지 갔는데 그냥 돌아오기 아까워서 낙조전망대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낙조전망대는 대부도의 명소기도 해서 차로 금방 갈 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았어요. 산을 타거나 해안가를 꽤 걸은 후에나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길도 두종류라 조금 편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해안가길과 조금 힘들고 시간도 걸리는 산길이 있었죠. 해안가로 가겠다고 마음먹었건만 도착해서 검색해 보니 산길로 갔다가 해안길로 오는 것을 추천한다는 글을 읽고 산길로 향했습니다.



날씨도 맑아졌으니 가볍게 갔다오면 되겠지.. 하고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어느정도 산을 오른 후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오늘 새벽까지 비가 왔었지..' 산을 올라가는 그 시간에야 날씨가 맑았지만 아침까지 내린 비는 땅을 촉촉하다 못해 진득하게 적셔놨습니다. 진흙탕이더라고요. 단화를 신고가서 미끄럽기도 하고 옷에 묻는 것이 신경쓰이기도 해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가기는 커녕 눈은 발밑을 보고 온 신경도 발끝에 집중되었습니다. 산에서 미끄러져 조난 당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렇게 진흙탕을 지나 조금 마른 땅을 밟고 나서야 주변의 경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낙조전망대에 무사히 도착했죠.



우리의 인생도 비슷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진흙탕을 지나는 때가 있습니다. 뭘 해도 안되는 것 같고, 하루하루 살기가 버거운 그런 날들 말입니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얼마나 거하게 팔아 먹었는지를 고민하게 되고 뭘 하든 실패하는 상상만 되어서 한발자국 내 딛기도 힘든 그런 때 말이죠. 그러면서 자책합니다. '나는 왜 이 시간을 다른 사람들처럼 의연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주저앉아 있는거지..'라고 말이죠. 멀리있는 희망찬 미래를 바라보며 전진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죠.



우리 그러지 말죠. 지금이 내 인생의 진흙탕이라고 느끼고 있나요? 그럼 거기에만 집중하세요. 지금 별 손해 없이 그 구간을 빠져 나올 수 있도록 그 하루, 그 시간에 온 신경을 집중해도 됩니다. 진흙이 된 산길을 지나갈 때도 지금 자신의 발밑에 집중하지 않으면 미끄러져서 온 몸은 진흙범벅이 되고 다칠수도 있을 겁니다. 멀리 있는 목표와 밝은 미래만 바라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가다 보면 어디선가 나뒹굴고 있겠죠. 위험한 구간은 조심조심 가는 것이 맞습니다. 그걸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거나 비하하지 말라는 이야기죠.



이건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만 진흙탕을 지날 때 조심해서 건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다만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이미 그 사람들이 진흙탕을 지나온 시점이라서 그 전에 힘들어하고 한치앞을 못보고 하루 살기 바빴던 그들의 모습을 우리가 보지 못할 뿐 입니다. 나만 모지리라서 그렇게 힘든거 아닙니다. 다들 그래요. 내가 모를 뿐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보면서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힘든시기엔 지금 당장, 그리고 오늘 하루에 집중하면서 버티세요. 이건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모자란 것도 아닙니다. 당연한거죠. 그렇게 조금씩 버티다 보면 진흙탕을 지나서 마른 땅을 밟게 될 때가 분명히 올 겁니다. 그럼 그 때 아무렇지 않은 척 목표를 바라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가면 됩니다. 가면서 보이는 경관을 즐기면서 말이죠. 그러니까요, 인생이 너무 힘들 때.. 안그래도 힘든데 나까지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것이 주저 앉아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발밑을 조심하며 걷고 있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저 이 진흙탕이 언젠간 끝난다는 것도 함께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네요. 그럼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를 칭찬하며 화이팅 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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