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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Oct 09. 2024

나를 사랑하기

 오늘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밤 산책을 할 겸 집앞 호수공원을 돌았습니다. 저는 야경을 좋아해서 밤에 호수공원 도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두운 가운데 일정하게 늘어서 있는 가로등이, 큰 미술관이, 저 뒤로 보이는 아파트가 호수에 비치면 마치 호수 속에도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이 있는 것 같은 고요하면서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야경이 멋있으려면 인공적인 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둡기만 하면 야경이고 뭐고 보이지 않을테니까요. 


 그런데 오늘 호수를 향해 걸어가다가 우연히 하늘을 봤습니다. 별이 떠 있었습니다. 많지도 않고 도시에서 볼 수 있을 만큼 밝은 별, 어쩌면 인공위성일지 모를 그 빛이 오늘따라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고는 깨달았죠.. 아..하늘엔 별이 있구나.. 시골에 가면 그리고 천문대에 가서 그 많은 별들을 넋을 놓고 봤던 기억들을 싸그리 잊은 채 야경은 역시 인공적인 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가 갑자기 부끄러워 졌습니다. 


 인공적인 빛들은 '오..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신비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꺼져버리는 빛이죠. 하지만 하늘의 별들은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 빛을 내고 있으면서 넋을 잃고 볼 만큼 신비로운 느낌이 있죠.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인공적인 빛이 있어야 멋진 야경이다라는 생각은 너무 얄팍한 생각이었죠. 오늘은 그 호수위에 떠 있는 반짝이는 별 하나가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런 별을 보듯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공적인 빛이 내 주변에 너무 강하면 우리는 수많은 별을 볼 수 없어요. 그런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깔리다가 그 어둠에 눈이 적응하고 나면 비로소 수 많은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볼 수 있죠. 우리 자신을 볼 때도 비슷합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의 눈은 자극적이고, 피상적인 것들에 적응되어 있어요. SNS와 여러 매체를 보며 능력있고 반짝이는 다른 이의 삶을 바라보며 살죠. 그래서 자신을 보지 못합니다. 그 반짝이는 것들에 비하면 나는 너무 부족해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해 버리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찾지 못한 것 뿐이에요. 그리고 그걸 찾기 위해선 고요함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의 반짝임을 찾을 수 없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찾으려고 주변을 고요하게 한들 당장은 찾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우리가 밝은 가로등 밑에 있다가 갑자기 불이 꺼지면 별이 보이나요? 아니죠. 처음엔 암흑이 찾아옵니다. 내가 눈이 먼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길만큼 어둠이 깔리죠. 하지만 그 뒤에 서서히 작은 별이 하나둘 나타나고 이내 수많은 별들이 뒤덮인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잖아요. 인간적인 것에 익숙해진 눈이 내 속의 반짝임을 찾기위해서는 그만큼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죠.  


 나의 반짝임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나의 인간적인 장점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기능적으로 어떤 것을 잘하고, 학습된 성격이 어떻고 하는 기준을 가지고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별을 볼 때 저건 얼마만큼 빛나니까 아름답고, 저건 좀 덜 밝으니까 보잘것 없네..라고 평가하나요? 아니죠.. 그냥 별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울림을 줍니다. 우리의 반짝임도 그런거에요. 내가 남들보다 뭘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나'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남들은 모를수도 있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할 만한 그 '반짝임'을 찾아 보는 겁니다. 확실한 기준이 아니라 나의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찾을 수 있기에 어휘력 딸리는 저는 '반짝임'이라고 표현 할 수 밖에 없네요. 


 그리고 별 하나가 보이면 많은 별들이 줄지어 보이듯, 나의 반짝임도 하나 찾기 시작하면 나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반짝임들이 뒤따라 올꺼고, 이것들이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반짝임을 찾아 나가는 우리가 되면 참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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