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데우스를 읽고 그려본 미래상
츠네모리 아카네는 애니메이션 '사이코패스'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그녀가 살아가는 시대는 매우 특이하다. 그녀는 시빌라 시스템이라는 AI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에서 살아간다. 아카네는 아침에 일어나 AI가 칼로리와 영양소를 계산해 만든 식사를 한다. 이어 AI가 추천해 준 뉴스를 보며 출근 준비를 마친다. AI 비서의 추천에 따라 오늘 입을 옷을 고르고, AI가 정리해 둔 일정에 따라 하루를 시작한다.
아카네의 직업은 경찰이다. 이 직업은 AI가 그녀의 적성, 윤리관, 경험,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추천한 여러 직업 중 하나였다. 그녀의 업무는 범죄자들에게 총을 겨누는 것이다. 총은 AI 컴퓨터와 연결 돼 있어, 총에 겨눠진 범죄자의심리 검사가 가능하다. 심리 검사 결과 개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즉결 처분이 가능하다. 이미 판사도 AI로 대체된 상황이기에, AI의 판단 한 번에 사형 판결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런 사회가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AI가 인간을 즉결 처분하는 시대라니. 그러나 나는 우리가 이러한 사회로 나아가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현재 AI라는 미증유의 위기 앞에 놓여 있다.
최근 OpenAI에서 발표한 새로운 버전의 GPT가 인간의 지능을 거의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에 발표된 AI는 GPQA(생물학, 물리학, 화학 분야 전문가가 작성한 448개의 객관식 문제)에서도 87.7%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평균 점수인 65%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이미 AI의 지능은 인간을 뛰어 넘었다. 현재는 그 분야가 전문 영역에 한정 돼 있지만, 나머지 분야도 대체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추론 분야만이 아니다. 구글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 웨이모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웨이모는 운전 중 인간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다. 차선 변경, 갓길 대기, 가속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작동한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에서만 운영되지만, 모든 운전 기사가 AI로 대체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인간이 신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돈, 금융, 정치, 종교 등 보이지 않는 것을 다 같이 ‘믿는’ 능력 때문에 전지구적인 협력이 가능했다. 다른 종이 할 수 없는 전지구적 협렵은 인간을 다른 종들과 다른 차원에 능력을 갖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하지만 AI의 발전은 우리가 협력을 통해 쌓아올린 것을 너무나도 빠르게 앞질러 갔다. 전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 올린 바둑 실력을 AI가 이기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알파고 제로는 바둑 규칙만 주어진 상태에서 약 30시간의 학습으로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의 능력을 뛰어넘었다. 음악? 그림? AI는 이미 여러 대회에서 인간 창작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경우가 많다. 과연 인간은 특별한 존재인가?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인간을 신성시해야 하는가?
과거 사회는 신 중심이었다. 인간은 신의 피조물로서 신의 계획을 따르는 존재였기에 특별했다. 신의 뜻 안에서 인간은 자신의 삶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세가 끝나면서 신의 권력은 인간에게 이양되었다. 인간의 행동은 신의 뜻을 따르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드높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는 인본주의의 탄생이었다.
우리 문명은 인본주의 신화 위에 세워졌다. 자유민주주의는 인간 자유를 강조하며, 인간이 자신의 욕구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에 기반 한다. 인본주의 내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인간의 경험과 그것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본인이기에, 현 제도 상에서 자유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민주주의 투표도 가난한 농부와 부유한 부르주아의 경험이 동등하다는 인식 아래 1인 1표의 원칙을 유지한다.
그러나 AI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기에 대신 투표해 준다면 어떨까? 인간은 감정에 휘둘려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5년간 A정당을 지지하던 사람이 선거 기간 포퓰리즘 정책에 휩쓸려 B정당을 찍을 수도 있다. 이때 AI가 당신의 성격과 발언, 성향 등을 분석해 장기적으로 A정당이 더 적합하다고 추천한다면,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AI가 투표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AI 의사는 어떨까? UVA Health System 연구에 따르면 GPT는 병 진단에서 90%의 정확도를 보였다. 반면 AI를 활용한 의사 집단은 76%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와 인간 의사의 판단이 엇갈린다면 누구의 판단을 따를 것인가? 지금은 인간 의사를 신뢰하는 이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I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AI는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유튜브는 내가 볼 영상을 추천하고, 쿠팡은 필요한 물건을 띄운다. 아마존의 ebook 시스템 kindle은 내가 어떤 문장에서 막히는지, 어떤 주제를 빨리 읽는지 파악해 다음 책 추천에 활용한다. 교육에선 서울대 간 학생들의 데이터를 취합해서 서울대를 가는 최적화된 교육 방법을 제공한다고 한다. 지금은 AI가 조언자에 그치지만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유튜브 AI가 우리의 취향을 완전히 파악해, 더 이상 우리가 영상을 선택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냥 AI가 자동재생으로 틀어주는 영상이 우리의 취향과 완전히 맞아 떨어질 것이다.
AI는 점점 더 우리의 판단을 대체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아카네처럼 직업, 옷, 식사, 심지어 결혼 상대까지 AI가 추천해 줄 날이 올 것이다. 당신이 민식이와 춘식이 사이에서 결혼을 고민할 때, AI는 "당신의 성격, 정치 성향, 심박수, 땀 흘림, 집중도를 고려했을 때 춘식이와 결혼하면 더 행복할 확률이 80% 이상입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직업 대체 역시 명백하다. 현대의 일은 세분화, 전문화되었기 때문에 한 가지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AI에게 동료의 얼굴을 읽고, 동물의 발자국을 찾아, 사냥을 하라고 시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AI가 운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카메라와 조금의 추론 능력만 더해주면 될 일이다. 게다가 AI는 운전 중 졸거나 산만해지지 않는다. 한 AI가 여러가지 일을 하기는 힘들지만, 하나의 전문 분야를 실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더 근본적인 문제다. 만약 인간의 모든 판단, 행동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면, 인간은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AI가 인간의 행동과 판단을 완전히 예측할 수 있다면, 인간과 AI 모델의 차이는 무엇인가? 대체 가능한 인간을 사회가 필요로 할까?
물론, 이것은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펼쳐질 미래 상이다. 하지만, 많은 분야에서 인간이 대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과거로 돌아가 AI를 파괴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자본주의는 브레이크 없는 트럭과 같다. 핸들을 놓는 순간 자멸할 것이다. 인간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AI와 결합해 신인류로 거듭나거나,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신성함을 회복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어떠한 길로 나아갈지 모르겠지만, 그 미래가 우리에게 잔인한 미래는 아니기를 빈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노래 가사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아름다운 미래여!)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부디 내게 잔인하지 않기를)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부디 내게 잔인하지 않기를)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잔인하지 않기를!)
От чистого истока
(순수한 원천으로부터)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я начинаю путь.
(여행을 시작합니다)
미래에서 온 손님 OST 아름다운 미래여
https://www.youtube.com/watch?v=TGkCNePNW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