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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솔 Aug 07. 2022

자취러 9급 1호봉이 1년에 1,000만원 모은 후기

돈을 어떻게 쓰고 모을지 감이 잡히게 되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공공기관 직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없는 여성 혹은 병역의무 면제자가 9급 공무원으로 일을 시작하면 그해의 9급 1호봉으로 책정된 금액만큼의 월급을 받게 된다. 물론 이것은 본봉일 뿐이고 직급보조비, 정액급식비, 민원수당, 초과근무수당 등등이 합해져야 진짜 월급이 된다.


 그러나 공무원 월급이 진짜 적냐, 라고 물어본다면 비수도권의 문과 사무직 중에서 공기업, 교사, 은행을 제외하고 공무원만큼 받는 직업이 또 있는지 나는 역으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어디까지나 '비수도권' '문과' '사무직'이라는 조건이 붙어야 그렇다는 뜻이니 공무원의 급여를 부풀려서 얘기하는 거란 오해는 받고 싶지 않다.


 어쨌든 나는 비수도권에서 9급 1호봉으로 무려 자취를 하며 1년에 1,000만 원을 모은 경험이 있기에 '공무원 월급으로 집 살 수 있나요?'라는 질문의 산증인이 되어주진 못해도 '공무원 월급으로 돈 모을 수 있나요?'에는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 듯 하다. 공무원도 당연히 돈 모을 수 있다. 그러나 뻔한 월급으로 돈을 모아야하기 때문에 포기해야할 것이 아주 많다. (싫으면 스펙을 쌓아서 최소한 중견기업에라도 들어가야지 어쩌겠나.)


 그럼에도 나는 인간의 존엄(?)은 지키면서 살았다. 매달 만 원씩 환경단체에 정기적인 기부도 하고있고, 나보다 연하의 친구들에겐 밥을 절대 얻어먹지 않았으며, 연상의 누군가가 밥을 사준다면 커피는 꼭 내가 샀다. 부모님께 소정의 용돈도 드렸다. 이 정도면 혼자만 궁상맞게 살았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않았다고 자부심은 가져도 되지 않을까?






 적은 월급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비법은 다음과 같다. 이미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피우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고 운동 자주 하면 건강해진다'급으로 널리 퍼져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나도 말을 보태본다.



(1) 차를 사지 않는다.


 나는 내가 일하던 시의 교통편이 안 좋기로 유명한(?) 구청에서 근무할 때도 꾸역꾸역 버스를 타고 다녔다. 교통편이 얼마나 형편없었냐면, 편도 40분의 출근길에서 걸어다니는 시간이 30분을 차지했다. 솔직히 운전면허도 없었지만 운전면허가 있었대도 차를 사지 않았을 거다. 비슷한 월급인데도 부모님 집에서 사는 동료들은 당연히 차를 끌고다니는 모습에 조금 부럽기는 했지만 ㅎㅎ 이것저것 비교하면 결국 나만 손해니깐.



(2) 통신비를 절약한다.


 나는 지금도 한 달에 통신비로 8,800원을 낸다. 데이터 2기가짜리 알뜰폰 요금제를 쓰니까 가능한 지출액이다.


 데이터가 2기가라니 나도 처음엔 답답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쓰다보면 나의 습관이 여기에 맞춰진다. 지도를 봐야할 때나 돈을 이체해야할 때나 꼭 필요한 때에만 데이터를 쓰고 아니면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만 인터넷을 하니까 월말이 되면 2기가도 남는다.



(3) 밥을 해먹는다.


 이건 내가 식(食)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절약법이었다. 밥을 직접 해먹되 영양소는 놓치면 안 되니까 값이 싼 야채들(양파, 버섯, 마늘, 등등)으로 만든 볶음밥이 나의 주식이었다. 나는 과일을 정말정말 좋아해서 이렇게 주식에 들어가는 돈을 아껴 과일을 사먹었기에 매일 똑같은 메뉴를 먹는다고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다.



(4) 옷을 사지 않는다.


https://brunch.co.kr/@eedbd8465764447/11


 이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하다. 나는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린 사람들 덕에, 아니 탓에, 속옷이나 양말을 제외한 의류를 하나도 구매하지 않은 달도 있다. 그러나 두번 다시는 예쁘고 마음에 드는 옷을 보아도 '나 같은 애한테 저런 옷이 어울릴 리 없지. 내가 저걸 입으면 사람들이 다 비웃을 게 확실해.'라는 생각으로 구매를 포기하고 싶진 않다. 차라리 '저 옷 예쁘다. 그런데 이제 옷은 그만 사자.'가 훨씬 낫다.



(5) 친구가 별로 없다. (?)


 내가 경험해본 바 이것은 돈을 모으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똑같이 돈을 모으는 데에 관심이 많아 만날 때마다 봉구스 밥버거와 이디야 커피만 함께 가는 친구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래도 되는 친구가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돈을 모으려면 친구가 별로 없어야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경조사비이다. 백날 식비 아끼고 옷 안 사봐야 그 달에 결혼식 두 개 있으면 와장창 무너지는 거니까. 다만 이것은 잠깐의 돈만 생각하고 미래의 인적 네트워크를 포기하는 아주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이므로 젊은 나이의 분들에겐 권해드리고 싶지 않다.



(6) 중고거래를 적극 활용한다.


 나는 필요한 가전제품이 생기면 당근마켓에 먼저 검색을 했다. 옷을 사고 싶을 때도 '당근아울렛'을 적극 활용했다. 3년째 잘 쓰고 있는 지갑도 처음으로 산 어른스러운(?) 가방도 나의 애착 자켓이 된 회색 자켓도 모두 당근마켓에서 구매한 것들이다.






 나는 이렇게 돈을 모아 부모님께 빌린 원룸 보증금도 거의 다 갚을 수 있었고, '미래를 견딜 수 있는' 돈이 있었기에 공무원 면직도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나 1년 동안 영화관 한번 가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내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간 얻은 깨달음도 나열해보자면,


<1>  자기계발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자


 최고의 재테크는 몸값을 올리는 것이란 말이 있지 않나. 물론 의지력이 범인의 것을 초월해 돈을 안 쓰고도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나는 돈을 써야 그 돈이 아까워서 행동을 시작하는 사람이다.


<2> 비교하면 끝이 없다. 스스로의 월급과 소비에만 집중하자.


 어차피 돈 모으기로 결심했으면 스스로에게만 집중해야 멘탈이라도 평온하게 유지하며 돈을 모을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없는 조건을 만들어내 질투를 하고 현타를 느낀다. 내가 이 월급에 이만한 돈을 모으기까지 얼마나 거지꼴(?)로 다녔을지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감이 잡히시지 않나. 그럼에도 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우리 집이 부자라고 헛소문이 났었다. ㅎㅎ 다시 적어봐도 참 어이가 없다.



 나는 1년간 나름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내가 어디에 쓰는 돈은 아끼지 말아야겠고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좀 더 줄이는 게 낫겠다는 자아성찰이 가능해졌다. 이건 내가 모은 돈 이상으로 가치있는 발견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회사에서 받는 월급도 공무원일 때와 큰 차이가 없으니 아끼고 아끼고 또 아껴야하는 것은 명백하나 몸값을 올리기 위한 궁리를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그때와는 다른 점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1년에 1,000만 원을 모으는 삶이 아니라 한 달에 1,000만 원을 버는 삶이 가능해지기를(!) 실현가능성보다는 나의 가능성을 믿으며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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