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은 시대와 독립되어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이 내포하는 사회문화적 텍스트는 현 사회의 위치, 수용자의 존재 양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기호를형성하고있다. 80년대이전대만영화는장제스, 장징궈의세습통치로이어지는일당독재체제유지를위한수단이었다. 이후상업, 오락영화가발달했으나정부의엄격한검열에서벗어나지못했다. 하지만 1975년장제스의사망이후민주화물결의확산과급속한경제발전속에서전반적인예술분야에서변화가발생했다. 예술가들은정부의억압에서벗어나사회의현실을담아내기시작했다.
대만영화의뉴웨이브물결은이와같은상황과맥락을같이한다. 뉴웨이브는대만 사회의 역사적 상황과그속에서살아가는현대인의불안과 우울을 다루었다. 1982년 <광음적고사>를시작으로대만영화는르네상스를맞이하고그중심에는에드워드양이있었다. <공포분자>는에드워드양의타이페이 3부작의두번째작품으로, 경제적, 정치적으로급변하는사회속에서고독한인간들의심리를담아낸다. 급변하는사회는언제나위험을수반하고있으며그속을살아가는개인은해결책도찾지못한채불안과고립에노출된다.
또한극 중에는붉은조명이등장한다. 주울분과이립중의집화장실, 소강의암실에서붉은조명이사용되는데, 여기서공산주의를연상할수있다. 반공국가가 표면적으로 추구한 이상은 자유민주주의였으나, 반공국가를 실제로 통치한 것은 독재 정권이었다. 독재 정권은 공산주의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강압적인 통치를 정당화함으로써 양자 간에는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성립하였다. 인물이 자신의 내면이나 가해자성을 드러낼 때 붉은색의 조명이 등장하는데, 이는 공산주의를 타파한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공산주의에 의존한 채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현 정권의 폭력성과 내면을 비판하고 있는 텍스트로 해석될 수 있다.
영화는 사건을 관찰자적 시선으로 조명하지만 관객은 단순히 그것을 관조할 수 없다. 혼돈을 강화하는 극의 전개는 결말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관객이 무엇이 진실인 지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진실의 모호한 경계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곱씹게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서사를 따라간 끝에는 급속한 성장 이면의 비극적 모습이 있다. 정치적 상황, 현대 도시의 이미지와 연결된 양상은 영화를 현실과 분리된 허구로서 존재할 수 없게 한다. 이렇듯 <공포분자>는 관객이 보고 있는 영화조차 온전한 허구로 만들지 않았으며, 현대 도시의 혼란과 개인의 쓸쓸함을 남긴 채 끝을 맺는다.
참고
김재영, 반공국가의 위기와 민족주의의 부상— 민주화 이후 한국의 대북정책과 대만의 대중정책에 관한 비교
이강인 (2009) 대만 영화의 뉴웨이브 운동과 정치성에 관한 담론: 영화 ‘비정성시’(非情成市)와 ‘음식남녀’(飮食男女)를 중심으로 , 한국시민윤리학회보, 22:1, 169-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