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urs Culture
2000년대 NBA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는 누구일까?
Black Mamba 코비 브라이언트, MDP 샤킬오닐, The Answer 앨런 아이버슨, 덩크황제 빈스카터 등 다양한 슈퍼스타들이 있지만 아마 대다수는 코비 브라이언트로 결론을 내릴 것이다.
마이클 조던을 빙의한 화려한 플레이와 인기구단 LA 레이커스에서만 선수생활을 지낸 프렌차이즈 슈퍼스타로서 5번의 우승을 차지한 코비는 당연히 2000년대 NBA 아이콘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코비와 샤크 콤비는 누가뭐래도 2000년대 최고의 팀이었다.
하지만 정말 NBA 팬이라면 2000년대를 지배했던 팀은 LA 레이커스 뿐만 아니라 한 팀이 더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 황금콤비를 무너트리고 우승을 달성하였으며,
GOAT 논쟁의 중심인 르브론 제임스를 두번이나 파이널에서 무너트린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그 주인공이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한국 NBA 팬들한테는 '산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산왕은 세계적인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 나오는 일본 전국 최강 고등학교의 팀 이름이다.
기준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 팬들이 산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팀인지 알 수 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2000년대 NBA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가 누구냐고 나에게 질문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레전드 Mr. Fundamental(기본기) '팀 던컨(Tim Duncan)'이라고 말할것이다.
올드 스쿨 팬들이라면 팀 던컨의 위대함은 바로 그 화려하지 않음에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것이다. 경이롭게 탄탄한 그의 기본기와 시그니쳐 무브인 뱅크샷에 얼마나 많은 상대들이 무너졌는지 알 수 있다. 역대 최고의 파워포워드 1위로 선정되는 그는 2000년대 샤크 오닐과 부딪힐수 있는 극소수의 빅맨이었다. 샤크를 완벽하게 막을 순 없었지만, 샤크도 던컨을 완벽하게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팀 던컨이 아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농구를 했고 사견이지만 역대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하는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주인공이다.
역대 최고의 명장 중 하나인 그렉 포포비치 감독 하에 4대센터 중 하나인 데이비드 로빈슨, 역대 최고의 파워포워드 팀 던컨, 팀의 돌격대장 토니 파커, 역대 최고의 식스맨 중 하나인 마누 지노빌리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팀을 위한 농구를 했었다. (참고로 이 4명의 레전드들은 한평생 스퍼스에서만 뛰고 은퇴하였다, 토니파커는 마지막 해 1년만 샬럿 호넷츠에서 잠깐 활동하였다. 그치만 이정도면 한평생 스퍼스맨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은가?)
선수 개개인으로만 봐도 화려한데 왜 위대한 팀을 언급하는가?
그 이유는 선수들 개개인의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지시에 철저하게 따르고 스타의 프라이드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팀을 위한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로빈슨은 역대 최고의 센터 중 한명이다. 그의 뛰어난 수비능력과 센터로서 엄청나게 빨랐었던 그는 94-95시즌 MVP를 수상할 만큼 리그 최고의 선수중 한명이었다. 다만 그의 부상으로 인해 팀은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지만, 이로인해 당시 대학 최고의 선수인 팀 던컨을 지명하였다.
이 둘은 결국 98-99시즌에 구단 창단 역사상 최초로 우승을 하게되는데 이때부터 로빈슨은 본인이 2옵션으로 뛸것을 자처한다. 이게 말로들으면 엄청 쉬운것처럼 보이지만, 시대를 풍미한 선수가 아직 NBA에 올라온지 얼마 안된 신인급 선수인 던컨에게 1옵션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팀을 위한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 그의 은퇴시즌에 다시한번 던컨과 우승을 거머쥐고 화려하게 은퇴한다.
로빈슨으로부터 스퍼스의 1옵션 자리를 물려받은 던컨은 로빈슨의 은퇴시즌에 MVP, 파이널 MVP를 포함 플레이오프 전 영역에서 팀 내 1위기록을 차지하며 'The man' 우승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 한번의 우승을 더 하고 나서 노쇠화가 왔을 때 그는 선배인 로빈슨처럼 떠오르는 선수인 토니 파커에게 1옵션을 양보하게 된다.
토니파커는 06-07시즌에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를 꺾고 우승했을 때 파이널 MVP를 차지한 샌안토니오 왕조의 주역이고 아르헨티나의 농구 영웅인 마누 지노빌리는 타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의 벤치 플레이어로 남아 올해의 식스맨과 동시에 NBA All third팀을 한 시즌에 동시에 수상한 유일한 선수로서 이 둘은 팀 던컨과 빅 3를 구축하여 같이 3번의 우승을 거머쥔다. 그리고 이 빅3는 차세대 에이스인 카와이 레너드에게 1옵션을 자리를 물려주고 롤플레이어를 자처한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 무언가 공통되는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바로 그들은 팀을 위해 더 나은 선수에게 1옵션의 자리를 양보했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프라이드를 전부 내려놓고 철저하게 팀을 위한 행동을 한것이다. 안그래도 개개인 실력이 뛰어난데 거기다 팀 플레이를 자처하니 상대팀 입장에서는 NBA 끝판왕이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빅3가 약간 부진해도 어차피 샌안토니오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기정사실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참고로 실제로 그랬다는 것이 더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이 위대한 팀의 기반이자 샌안토니오의 실질적 에이스인 그렉 포포비치 감독으로 이 팀의 모든 것은 조화를 이루고 완벽에 가까워진다.
올해의 감독상을 3번 수상한 그렉 포포비치는 철저하게 팀 플레이 전략을 통해서 5번의 우승을 달성한 위대한 감독이다. 그는 농구 전략의 레벨을 한단계 올려놓은 감독이며 그의 밑에서 수많은 명장들이 탄생한다. 흔히 국내에서는 '포포비치 사단'이라고 해서 그의 밑에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영향을 받은 선수 혹은 코치들은 전부 믿고 계약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밀워키 벅스를 우승시킨 마이클 부덴홀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은 단순히 전략을 잘 짜서 그런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낮춤으로서 선수들을 빛나게 하는 감독이었다. 내가 NBA를 본 순간부터 단 한번도 그는 선수탓을 한적이 없다.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람이며 누구보다도 선수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감독이었다. 올드 스쿨 팬이라면 다 알것이다. 사실 샌안토니오는 포포비치의 완벽한 전략과 그걸 수행해내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든 공을 항상 선수들에게 돌렸으며, 가끔 중요한 작전타임에서 리더가 팀에게 무슨 말을 할때 자리를 그냥 비켜주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리더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어김없이 보여주는 사례였다. 카와이 레너드가 포포비치 감독의 영향력이 싫어서 팀을 옮기는 상황에서도 그는 레너드를 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미래가 더 잘될 것이라고 응원해주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이들은 슈퍼스타를 영입해서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선수를 길러냈다는 것에서 더욱 더 큰 의미가 있다. 샌안토니오는 미국 NBA의 대표적인 스몰마켓으로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 그 상황에서 이 정도의 위대한 왕조를 만들었다는 것이 더욱 경이롭게 느껴진다.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코비의 LA레이커스, 래리버드의 보스턴 셀틱스, 스테판커리의 골든스테이트, 르브론 제임스와 드웨인 웨이드의 마이애미 히트 등 수많은 왕조 중 스몰마켓은 샌안토니오 뿐이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개개인의 힘보다 '우리'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도 가만히 보면 잘 나가는 팀들은 항상 내부적으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며, 화목한 가정을 보면 항상 가족끼리 단합이 잘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상황에서든 개개인이 뭉쳐서 힘을 합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명대사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들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