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따라다니는 몽상의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그러나 그 생각의 시작이 걱정이나 근심, 혹은 나의 예민함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생각들 대부분이 부정적인 것들로 이어지고, 그 끝의 대부분 푸념석인 한숨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그날의 한 일들을 많았음에도 성취감보다는 피곤함을 넘어서 무력감이 더해진 때가 있었다. 간간히 하던 명상도 잘 되지 않고 마음을 다 잡고 새로운 목표 설정으로 전환점을 잡으려는 것 또한 쉽지가 않았다.
“현재 생각이 너무 꽉 차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가득 차 있는 묵혀진 생각들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기운, 좋은 생각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거예요.”
“비우고 흘려보내는 것도 연습해야 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점은 ‘내 마음속 나비’들이 부산을 떨 때마다 책을 펼치면 언제나 그 안에서 필요한 답들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순간, 비슷한 고민으로 생각이 많았었던 4년 전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도 ‘생각 비워내기’의 가르침을 깨닫고 글쓰기, 명상, 요가, 걷기 등 비워내기를 열심히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상황 조금 나아지니 이를 잊고 다시금 급한 마음에 여러 생각들을 채우기만 한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그야말로 화장실 다녀온 뒤 싹 바뀐 마음으로 행동하다 걸린 꼴이 됐다.
도서관 북세일이 있던 날, 마음 가는 책을 중심으로 고르다 보니 명상과 마인드풀니스에 대한 책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내 마음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리라. 그중 <생활 속의 명상>이라는 여러 명사들의 명상 관련 에세이 모음집부터 읽기 시작했다. 숲의 소리, 일기 쓰기, 산책, 차 마시기 등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지혜로운 명상법이 매우 흥미롭다.
늦은 밤, 나에게 있어도 큰 힐링이 되는 ‘잠’과 관련되니 글이 눈에 띈다.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다 놓을 수 있을 때 자유롭고 가슴 설레는 여행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오늘 모든 마음의 잡념을 비우고 잠 속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새로운 여행이라. 몽상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잠이야말로 ‘비움과 동시에 꿈속에서 생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억지로라도 조금 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는 명분이 생겼다.
서서히 물들어가는 단풍처럼 내 마음속을 다채롭게 채우고 싶은 가을. 일상의 노력들과 함께 그 공간의 확보를 위해 하나씩 생각을 덜어내 보련다. 오늘의 숙면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