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 운동에 대해 고민하는 날이 내게도 있구나
9월에 새 학기 시작되는 미국. 물론 파릇파릇한 학생은 아니지만 (굳이 끼워맞추자면 늦깎이 휴학한 대학원생) 이에 맞춰 지난주부터 9월 맞이 새로운 계획들을 세워보기 시작했다.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있어 이번에 크게 바뀐 점이 있다.
보통 노트를 펼쳐 목표 설정을 하고 그를 위한 자기 계발 방법들을 적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민 없이 가장 먼저 적은 것이 있다.
근력 운동 및 체력 관리.
“중노년층에게 물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걷기 운동’인데요. 이는 사실상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자기 위안일 뿐입니다. 이 나이 무렵 가장 필요한 운동은 근력 운동이거든요. ”
나도 모르게 누른, 알고리즘이 소개해준 영상 속에서 듣게 된 한 의사의 멘트. 걷기 및 간간히 하는 요가로 체력 관리를 한다 자부랬던 나에게 실로 뼈 때리는 말이다.
움찔했지만 애써 잊어버린 말이기도 하다. 죽을 때까지 가장 흥미를 못 붙일 것 같은 게 근력운동이기 때문이다. 보니까 방청객들이 대부분 60대 이상이었는걸 뭐. 애써 핑곗거리를 대볼 뿐이다.
그런데 이놈의 운동이 40-50대의 화두이긴 한가보다. 아는 지인의 추천으로 주말 동안 읽게 된 마녀체력의 <미리 슬슬 노후대책>. 근력 운동의 중요성과 함께 87세 최고령 긴즈버그 대법관의 꾸준히 했던 암극복 근력 운동 매뉴얼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나 또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카리스마에 감탄했던 적이 있다. 그런 그녀가 몇 차례의 암을 극복했던 사람이었다니. 암을 극복하게 해 준 그 운동법이 궁금하여 그녀의 매뉴얼 책에 대해 검색을 해보고 있을 즘, 얼마 전 암수술을 받은 친구 남편이자 학교 선배로부터 친구의 사진과 함께 여러 소식을 카톡으로 전달받았다. 하긴, 주변을 보면 암이 독감처럼 흔히 들리는 세상이다. 메시지가 말하는 듯하다.
너라고 다르지 않아.
“남편 당뇨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내 비문증도 사라졌어요. 그런데 그냥 되는 게 아니에요. 전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정말 꾸준하게 노력하거든요. 오히려 소문내서 필요한 정보들을 얻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열심히 해요.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아요. 노력하는 만큼 얻는다.”
한 달에 한 번씩 마지막 주말에 참여 있는 북클럽 모임. 약속이나 한 듯 서로의 최근 동향과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공통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건강 이슈 및 극복 방법들을 나눴다. 누구보다 생기가 넘치는 나이 지긋하신 멤버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는다. 나는 얼마나 나의 몸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을까.
모든 일에는 전조 증상이 있다고 한다. 무심함을 걷어내고 나와 내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제나 작은 예고는 있었다 하니 나는 얼마큼 이에 관심을 갖고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
지독히 심했던 올 초 코로나 감염. 계속되는 피로 누적과 체력 부진에 이어진 번아웃으로 대학원까지 연이어 휴학해야 했던 올 상반기. 최근 친한 지인들이 겪고 있는 건강 문제와 매번 다시금 새겨 보고 듣게 되는 관련 글, 뉴스까지.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 아닐까.
‘최고의 지성도 몸을 연료로 돌아간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근력 운동 매뉴얼 서문에 적힌 글을 나의 계획 노트에 옮겨 적어본다. 죽어 관에 들어가서도 안 할 것 같았던 근력 운동이 어쩌면 나의 꿈을 위한 가장 필요한 요소일 수도. 생각만으로는 여전히 나와 근력운동은 마지막까지 상극일 것 같다만.
그래, 묻지 말고 해 보자.
훗날 지성 있는 우아한 할머니로 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