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 팁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가 아침의 피로감이 어느 때보다 심하다.
특히나 오전부터 회의가 계속 있는 화요일과 수요일은 몇 잔의 커피를 들이켜도 크게 효과적인지 않다. 한 차례 딱딱한 전체 회의가 끝나고 맞이하는 오전 10시 미팅은 그래도 가장 즐거운 시간.
“굿모닝!”
“어머 모닝인데 네 딸은 오늘도 자고 있구나. 어쩜 우리가 이렇게 떠들어도 매번 곤히 잘까.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아이야.”
작년부터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친한 동료 C와의 프로젝트 미팅. 까탈스러운 클라이언트로 어느 프로젝트보다 골칫덩어리인 이 일을 2년 가까이하면서 이제는 서로를 동료가 아닌 친구처럼 느끼고 있다.
본격적으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 날씨 및 서로의 안부를 묻는 스몰토크 시간을 갖는다. 화면 속 그녀 뒤편의 소파 위 강아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보다 2배의 몸집을 가진 그녀의 강아지로 신나라 널브러져 자고 있는 것. 비혼주의인 그녀가 키우고 있는 세 딸 강아지들 이야기는 우리의 수다에 항상 즐거움을 준다. 대부분 우리 회의 시간마다 자는 모습으로 등장하기에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팔자를 가진 아이들이기도 하다. 이어 그녀가 비춰주는 또 다른 공간, 부엌 바닥에 또 다른 강아지가 배를 보인채 대자로 자고 있으니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다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스몰토크는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초창기 미국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되면서도 가장 기피하고 싶은 시간이 스몰토크 시간이었다. 영어 하는 것 자체가 항상 긴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향성인 성격임에 아주 친밀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의무적으로 나눠야 하는 대화 시간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차라리 일적인 이야기만 하는 게 더 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어쩔 수 없이 적응을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문화에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고 아무리 처음 만난 사이라도 어색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비상용 말들’ 또한 잘 장착해 두게 되었다.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제는 그네들이 스몰토크를 왜 그리 중요시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비단 낯설었던 사이더라도 스몰토크로 점차 서로에 대한 친밀감이 쌓이고, 이는 서로의 소통을 편안하게 해 줌은 물론, 나아가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데 있어 필요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도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을 느낀다. 결국 좋은 팀워크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일 수 있겠다 싶다.
스몰토크가 없었더라면 C 또한 오래된 동료일 뿐 이만큼 친말한 사이로는 발전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따뜻한 담요처럼 필요한 때마다 위안을 주는 그녀와의 대화가 오히려 회사에 정을 붙일 수 있는 큰 역할을 한 듯하다.
오늘도 질근질근 오징어를 씹듯, 프로젝트의 어려움과 함께하는 클라이언트의 험담으로 스트레스 해소한 우리. 오늘도 파이팅 하자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금 마음의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미국 거대한 경제 성장 및 촘촘한 네트워킹 밑바닥에는 어쩌면 ‘웃음을 주는 스몰토크의 힘’이 가장 큰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