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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치즈 Nov 18. 2022

장미꽃 한 송이 선물해보세요

내가 나에게

턱괴고 물끄러미 창 밖을 바라본다. 다 떨어졌을 줄 알았던 뒷마당의 빨간 단풍잎 몇 개가 바람에 살랑거린다. 웃으며 나를 반기는 것 같다는 생각에 안녕, 나 또한 조용히 인사말을 건넨다. 며 칠 내면 자신도 나무 아래로 떨어질 것을 알고 있을 텐데 그 모습이 평화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지금 내 마음이 그러하기 때문일까.

  

연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간 해오던 몇 가지 일들 또한 마무리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나름의 성과도 있었고 반대로 아쉬움이 남는 일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대할 때는 담담함으로. 호들갑을 떨며 과시할 필요도, 과장된 하소연으로 주변을 위안을 유도할 필요도 없다. 조용한 시간 속에서 홀로 지난날을 반추해보며 여러 느낌들을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적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일의 또 한걸음을 내딛는 데에는 충분하다. 바람에 나부끼는 그 단풍잎이 더욱 붉어 보이는 건 어쩌면 내일을 향한 나의 희망 섞인 설렘이 투영돼서 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시 마트에 들렀다. 마트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꽃 가게. 오늘따라 내 눈을 사로잡는 싱그러운 꽃 들. 그중 뒷 뜰 단풍잎 색과 같은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산다. 비단 남들에게 자랑할 만큼의 큰 성과는 없었지만,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위해 부단히도 '나와의 시간'을 갖고자 노력해온 나에게 내가 주는 선물


'올 한 해, 너무너무 잘했어.' 


순간 뭉클해지는 마음. 내가 나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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