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하루살이 같은 물질이 오른쪽 눈에 붙어 날아다녔다. 놀라서 안과에 갔더니 비문증이라고 했다. 그냥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그럭저럭 무심해 기도하고 의식되기도 하며 지나는 동안 같은 쪽 눈이 뿌연 느낌에 애꿎은 안경을 닦아대다 찾은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권유받았다.
시간이 마땅치 않아 미루다 특히 눈인데 잘하는 곳에서 해야 할 것 같아 지역에서 유명한 K안과를 찾았다. 비슷한 검사를 거친 후 전의 안과와 다르게 이곳은 의사가 있는 진료실이 아닌 상담실로 안내했다. 상담자는 내 상태가 난시가 심하고 백내장도 심하다며 렌즈 시술을 권했다. 안경을 쓰지 않아도 작은 글씨도 다 잘 보이고 매우 편하다며 모형 렌즈를 들고 눈의 구조를 설명하며 본인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을 물었더니 양 눈 합해 7백~ 8백인데 미국산이냐 독일산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놀라는 나를 설득하는 언변이 대단했다. 질병으로 인한 거니까 보험도 될 거라고 했다. 지식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렌즈 시술도 백내장 수술의 선택 중 하나인 줄 알았다.
상담을 마치고 마침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한 동생에게 물었더니 동생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냥 백내장 수술만 하라고 했다. 의사는 만나보지도 못한 체 수납처에서 백내장 기본 수술을 예약하고 집에 왔는데 상담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럼 난시는 어쩔 거냐, 고생할 텐데, 걱정이 가득이었다. 난시 수술비용은 2백만 원이라고 했다. 이건 좀 관심이 과했다.
이야기를 들은 딸이 주변에 물어 평이 좋은 두어 군데 더 가본 후에 결정하자고 했다. 나도 그 병원의 느낌이 썩 좋지 않았던 터라 수술일정을 취소하고 다음 날 E안과를 찾아갔다.
다른 곳 보다 검사를 꼼꼼히 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의사는 현재 한쪽 눈에 막이 있지만 좀 더 두고 3개월마다 검사를 하며 지켜보자고 했다. 백내장이 너무 심해지면 또 수술이 어려우니 지켜보되 좀 더 가보자는 것이다. 뭔가 믿음이 가는 의사였다. 그러고 보니 나로서는 엄마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서부터 신뢰를 주었던 의사들은 묘하게 여자 의사들이었다. 이것도 과잉 일반화의 오류, 또는 편견일 수 있겠지만.
아무튼 같은 질병으로 세 곳의 병원을 거치는 동안 검사비용도 분위기도 다 달랐다.
1. H병원, 검사비용 18000원, 의사의 설명, 분위기 무난함.
2. K병원, 검사비용 83000원(유명세 탓인가?), 고액의 렌즈 강하게 어필,
3. E병원, 검사비용 14000원, 과잉진료 느낌 없고 친절한 설명.
결국 비용과 시간을 들였지만 앞으로 내가 이용할 병원을 E병원으로 찾은 느낌이다.
병은 자랑하라더니 주변에 의하면 렌즈 시술은 비용도 고가이지만 눈이 매우 건조해지는 등 불편을 호소하는 이도 적지 않다는 말을 이번에 들었다. 백내장은 평생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수술이기 때문에 심한 경우 걷어내는 수술만 하고, 시력 문제는 안경 쓰는 게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건 순전히 나의 경우고 사람에 따라 다 다를 수 있지만 누구나 닥칠 수 있는 문제니 참고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