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롱불
호롱불을 기억하는 세대는 60년대 초반에 출생한 사람 정도까지일 것 같다.
58년생인 내가 초등학교 입학해서 1학년쯤까지는 호롱불 아래 교과서를 펼친 기억이 있으니까…
저녁을 먹은 후 완전히 어두워진 후에야 성냥을 당겨 석유가 담긴 하얀 호롱 심지에 불을 붙였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앵두보다 작은 불꽃이 흔들렸다. 그것도 불꽃이라고 거뭇하게 그을린 벽을 도배하기도 했다.
석유는 너무나도 귀해서 한 되 들어가는 유리병으로 사 와서 조금씩 썼다. 관공서나 좀 규모가 있는 곳은 그나마 제법 심지가 큰 호야 등이라는 것을 걸었다고 기억한다. 지금은 호롱이나 호야 등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는 걸 보며 고향의 그 호롱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여름에는 아예 등불을 켜지 않았던 것 같다. 마당에 모깃불을 피운 후 멍석을 깔고 대형 모기장을 치고 자거나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 부채질을 하다가 잠들었다. 겨울에는 초저녁에 잠깐 불을 밝힌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모깃불이 재가 된 한밤에 잠 깨서 하늘을 보면 별은 영롱하게 반짝이고 달빛은 시리도록 투명했다.
어두울수록 빛나던 별은 전깃불이 들어오면서 하루하루 더 빛이 흐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