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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남수 Jun 10. 2022

불의 기억

 화롯불

    

겨울이면 아궁이에서 타고 남은 잔불이 청동화로에 담겼다. 

오래 사용해서 겉면이 푸릇푸릇하던 화로가 방마다 한 자리를 잡았다. 안방에 자리한 화로에 할머니는 풍년 초 담뱃잎을 말아 넣고 화롯불을 헤집어 긴 담뱃대 끝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셨다. 매캐한 연기가 좁은 방 안에 가득 차면 하얀 창호지를 바른 문을 열어 바깥바람을 들여 넣었다.

방 구들장 아래는 넓은 항아리 위에 다리를 밭치고 놓인 콩나물시루 안에서 담배 연기를 마시면서도 콩나물이 쑥쑥 자랐다.

가끔은 화로 위에 석쇠를 얹은 후 가래떡이나 제사 지낸 후 아꼈다가 굳어진 인절미를 살짝 구우면 뜨겁고도 쫄깃하던 맛에 입천장이 데어도 좋았다. 

귀한 땔감을 아껴야 하니 밤새 장작 같은 걸 아궁이에 밀어 넣어 둘 수도 없었던 터라 겨울이면 내복을 입고 목화솜 이불을 덮어도 내놓은 코가 시리거나, 아침에 일어나 보면 방에 둔 걸레가 얼어서 뻣뻣해질 정도였으니 화로는 최대의 난방 보조기구였다. 


따뜻한 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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