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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Jun 20. 2022

한국은 어떻게 세계 제일의 걸그룹 생산국가가 되었나?

여성의 자기몸 긍정하기

 10살짜리 딸아이가 있다. 아이의 최애 걸그룹이 있는데 아이브라는 그룹이다. 그룹 안 멤버 중에서도 장원영을 좋아한다. 아이가 아직 10살이지만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보고 있자면 가히 대단하다. 장원영의 춤과 노래에서 시작한 애정은 옷 입는 스타일,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신체조건을 넘어서서 학교 다닐 때의 성적 등도 아이의 관심사가 되었다.

 장원영은 15살에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를 했다. (현재는 19세) 용산에서 학교를 다니고 목동으로 학원을 다니면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서 국어, 영어, 수학 만점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어린 시절 아나운서나 변호사를 꿈꿀 정도였다고 한다. 공부도 잘하고 춤과 노래도 잘하는 데다가 신체적인 조건이 뛰어나 어린 시절부터 눈에 띄는 아이였다. (현재는 173센치의 키에 45키로그램)


 아이는 장원영처럼 되고 싶다면서 잘 먹지도 안았던 발육에 좋은 음식도 챙겨 먹고 있다. 장원영처럼 키가 크기 위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바른생활 어린이를 시전 하기도 한다. 또 공부에 대하여도 그전보다 덜 거부반응을 하고 있다. (우리 부부가 장원영을 롤 모델로 삼는 아이의 심리를 잘 이용하고 있다.) 장원영이 목동에서 공부 잘하던 학생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공부에 대한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아이돌 한 명이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한 명의 어린아이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측면의 영향만을 이야기했지만, 좀 더 아이가 커가면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것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걸그룹 영상을 아이와 같이 보다 보면 불편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고 그 부분이 왜 불편한지? 그지점을 알아가는 것이 이 글의 시발점이 되었다.  

IVE의 장원영(출처: 조이뉴스24)

 아이가 장원영을 좋아하고 걸그룹을 좋아하게 된 배경에는 아이 엄마의 영향도 크다. 와이프는 중학교 시절부터 걸그룹의 팬이었다. 아이 엄마가 텔레비전과 유튜브 방송으로 걸그룹 영상을 보고 있으면 그 옆에서 아이도 같이 보면서 어느 순간 여자 아이돌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었다. 한국의 아이돌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한국이 아이돌 문화의 최대 생산국가가 된 것의 역사를 와이프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KPOP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한국 여자 아이돌이 세계 속으로 퍼져나가게 된 처음 시작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통해서였다. 소녀시대는 같은 아시아 문화권인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활동을 시작하였다. 원더걸스는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미국부터 공략하여 미국 순회공연을 다니기 시작했다. 1세대 여자 아이돌들의 성과도 대단한 것이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2010년대 중반에 들어 트와이스와 블랙핑크가 그 바통을 이어받게 되었다. 트와이스와 블랙핑크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리고 지금은 에스파와 아이브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세계 제일의 아이돌 생산 국가가 되었나??


1. 시스템과 자본의 결합

 한국은 생산되는 아이돌의 숫자도 많고 그 아이돌을 육성하는 자본의 크기도 크다. 일본에서 시작된 연예기획 시스템이었지만 이제는 일본에 역수출을 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 오는 지망생도 많아졌다. 그만큼 한국의 아이돌 생산 시스템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소속사에서 춤과 노래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또 외국에서의 성공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시스템에 거대 자본이 결합되고 있다. 음반과 음원 수익으로 얻는 1차 산업에서 방송이나 콘서트를 통한 2차 산업까지 점차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아이돌 개개인의 화장법, 의류, 헤어스타일을 통한 3차 산업에 까지 그 수익구조가 다각화되어 있다. 그만큼 거대한 자본이 아이돌을 키우기 위해 투입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돈이 된다는 것이다.

 

2. 빠른 학습력과 경쟁에 뛰어난 한국

 한국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교육열이 높은 나라이다. 그만큼 작은 나라안에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있는 나라이다. 자연 자원은 부족하여 사람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유일한 나라이다. 일본이나 중국과 같은 이웃의 강국들 틈바구니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빠른 학습력과 경쟁에 능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이기도하다.

생존을 위해 다양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구성된 점, 한 번의 실패로 부의 사다리에서 떨어지면 다시 올라올 수 없는 사회구조가 고착화되어지기도 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성공경험을 따라 전 국민이 전력 질주하는 나라이기도하다. 다시 말해, 어린 시절부터의 무한경쟁에 익숙한 아이들이 혹독한 아이돌 생산 시스템을 버티고 데뷔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다. 한 번은 전 국민이 가수가 되는 시대가 있었고 모든 중장년은 트롯가수가 되는 시대가 있었다. 그들의 노력과 서사는 눈물겹다. 이렇게 한국의 문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하고 빠르고 전국민적인 거대한 것이 되었다.  


K POP 기획사 시가총액 변화(출처:클리앙)


 한국의 걸그룹이 타깃으로 삼은 것은 남성이 아닌 또래 여성이 된 지 오래되었다. 더 다양한 더 다차원적인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 즐기는 팬덤에서 소통하고 같이 성장하는 팬덤 문화를 만들게 된 계기이다. 아이돌 스타일의 의류를 판매하고 비슷한 메이크업과 헤어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딸아이를 보더라도 좋아하는 아이돌의 옷 스타일과 화장법, 헤어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고 따라 하려는 경향이 크다. 여성성이라는 이미지를 익히게 되는 것도 여자 아이돌을 통해서이다. 그들의 춤이나 몸짓을 통해 여성성에 대한 학습을 하게 된다.     

 

걸그룹이 전파하고 있는 잘못된 인식 

 하나의 아이돌이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한 명의 어린아이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들을 살펴보면 걸그룹 멤버라고 하면 이래야 하다는 인식이 있다.

먼저, 마른 몸이 그렇다. 하나같이 마른 몸뿐이다. 마르지 않으면 다이어트를 강요받는다. 데뷔를 위해서는 혹독한 체중감량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여과 없이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다. 걸그룹 아이돌들의 다이어트가 유튜브 영상의 상위 랭크이기도 하다. 이런 다이어트를 부추기는 상품이 여지없이 PPL로 등장한다. 마르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에 아이들이 노출된다. 보통의 몸이나 살집이 있는 몸을 가진 아이들은 몸을 감춘다. 본인의 몸에 대한 부정을 먼저 배운다. 여성의 아름다운 몸에 대한 잘못된 기준이 청소년들에게 뿌리내리게 되는데 일조한다.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소비되는 여성성에 대한 노출이다. 걸그룹들의 옷차림을 보면 몸매를 드러내는 옷들이 많다. 또 노출의 정도가 심한 옷들도 많다. 드러내고 노출되는 것을 통해 여성스러움이 왜곡된다. 여성은 응당 섹시해야 하고 여성은 당연히 노출되는 옷을 입어야 이쁘다는 소리를 들을만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성된다.


가사를 통한 잘못된 성인지 전파

아래의 노래 가사를 보면 섹시를 전면에 내세우고 남성에게 선택당하길 기다리는 듯하다. 섹시 이외의 다양한 매력을 보지 못하게 한다. 여자가 선택할 수 있고 주체적일 수 있는 존재로 그려져 있지 않고 선택당하고 자기의 감정에 대하여 연기하는 듯한 가사를 통해 잘못된 여성성이 고착화될 수 있다.

  

"너무 이뻐 보여 내가 뭐를 입던지 너무 섹시해 보여 굳이 노출 안 해도 아찔한 나의 하이힐 새까만 스타킹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걸 말리지 마 짧은 치마를 입고 내가 길을 걸으면 모두 나를 쳐다봐 짧은 치마를 입고 근데 왜 하필 너만 날 몰라주는데 /나 시간 내 nail 받고 머릴 바꿔봐도 새 구두 신고 괜히 짧은 치말 입어 봐도 넌 몰라봐/ 딴 늑대들이 날 물어가기 전에 -- AOA, 짧은 치마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 가녀린 몸매 속 가려진 volume은 두 배로 거침없이 직진 굳이 보진 않지 눈치 Black 하면 Pink 우린 예쁘장한 Savage" -- 블랙핑크 , 뚜두뚜두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돼/ 그래야 니가 날 더 좋아하게 될걸/ 태연하게 연기할래 아무렇지 않게/ 내가 널 좋아하는 맘 모르게/…/나도 니가 좋아 상처 입을까 봐/ 걱정되지만 여자니까 이해해주길" -- 트와이스, Cheer Up


블랙핑크(출처: YTN)


여성의 자기몸 긍정하기

많은 소녀들이 비욘세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 비판받는 것이 아니다. 비욘세가 되는 것만이 가치있는 여성이라는 것이 비판받는 것이다. 바꿔말해, 아이돌스러운 외모를 가지는 것이 비판받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스러운 외모만이 여성의 가치라는 생각이 비판받아야 한다. 마르고 섹시한 여성의 외모만이 가치있다는 것이 비판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유독 정형화된 아이돌 외모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나라이다. 키크고 마른 몸매에 여성의 신체를 부각한 옷차림에 자기를 가둔다. 이런 현상은 여자아이돌에 유독 강하게 나타난다. 본인의 몸에 대한 프레임을 타인에게 두려고 한다. 내가 나를 바라볼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나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려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으로 인해 아이돌스럽지 않은 것은 부족한것, 이쁘지 않은것으로 치부되는 상황이 된다. 모두가 아이돌스러운 몸이 되고 아이돌스러운 옷차림을 하고자 하는 것이 문제이다.

lizzo (뮤지션이자 자기몸 긍정주의자)

 외모에 대한 평가나 판단이 유독 지나친 한국인들에게 미국의 뮤지션이자 셀레브리티인 lizzo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리조는 자타공인 몸 긍정주의자이다. 자신의 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항상 외치고 있다. 리조의 음악, 패션, 무대 그녀의 손길이 닿는 어느 곳이든 이러한 메세지들을 함유하고 있다. 각종 무대의상, 공식 석상 의상에서도 자신의 바디를 자랑스럽게 드러낸다. 물론 그녀의 과격한 언행이나 돌발행동이 구설수에 오르기는 하지만 수많은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에게 자기 몸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리조 본인이 자기몸을 사랑하고 있으니 당신도 사랑할수 있다고 말이다.



영국의 대표 여가수인 아델의 경우도 최근 45키로그람을 감량하면서 팬들로부터 찬사와 비판 모두를 받기도 했다. 비판하는 쪽은 그녀의 후덕했던 과거 모습을 더 사랑했으며 그녀가 그런 자신의 몸을 계속 사랑할줄 알았다는데 그렇지 않고 체중을 감량해서 배신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이룬 음악적 업적보다도 체중감량으로 이룬 것들에 대해 사람들이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게 되자 그녀의 건강 트레이너도 이것에 우려를 나타내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아델은 남을 위해서 체중감량을 한것이 아니다.
또 아델은 체중감량을 위해 운동을 한것도 아니다.
그녀는 본인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식습관을 교정했고 그러한 것의 결과로
체중감량을 이룬것 뿐이다."

  

지나치게 남의 외모와 몸에 관심을 가지는 사회. 그것만이 개인을 판단하는 것인마냥 인식되는 사회가 되가고 있다. 그리고 그 시선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개인들이 넘쳐날수록 세상은 더 빡빡해질것이다. 은연중에 외모에 대한 잘못된 기준을 제시하는 수많은 걸그룹들 사이에서 딸아이가 자기몸을 긍정하길 바란다. 아름다운 몸은 마른몸이 아니다. 몸은 아름다움과 마름의 기준보다는 건강함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함을 아이가 인식하기를 바래본다. 더불어 자기 본연의 모습을 사랑하는 부모와 같이 자기존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은 자타공인 세계 제일의 아이돌 생산국가 되었다. 이제 그 위상에 걸맞는 다양한 아이돌이 나와주길 바란다. 걸그룹에 대하여도 좀 더 다양한 것을 보여주고 그것을 자기방식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나올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자기 목소리를 낼수 있고 자기 모습자체를 드러낼수 있는 그런 걸그룹이 나와서 딸아이에게 멋진 여성성에 대한 살아있는 표본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에이브릴 라빈, 빌리 아일리쉬로 걸그룹을 만들면 그렇게 될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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