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바다에서, 나는 숙소를 꿈꾸기 시작했다

빵 굽는 배우의 공간 이야기

작년 3월 30일,
우리는 영종도 마시안 해변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바다를 보러 간 날이었다.

특별한 계획도 없었고
거창한 여행도 아니었다.

그저
바다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가끔은
삶에서 그런 날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도
그저 잠깐 멈추는 날.

그날 하늘은 이상하게도
아주 정직하게 아름다웠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려오는데
마치 누군가 하루의 끝에
붓으로 마지막 색을 칠한 것 같았다.

우리는 핑크색 옷을 입고
바다 앞에 서 있었다.

마치 의도한 것처럼
커플룩이었고


바람은 조금 차가웠고
파도는 아주 조용했다.

그리고 우리의 강아지는
모래 위에 앉아서
세상을 조금 시니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이런 표정이었을 것이다.

“인간들… 또 손 잡았네.”

그날 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풍경을 보면서
이런 하루를 보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사람들이 이런 하루를 보낼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지친 삶에서 잠깐 쉬고

누군가는
연인과 여행을 오고

누군가는
혼자 바다를 보러 오고


그런 사람들이
하루 정도 머물 수 있는 공간.

호텔이 아니라
조금 더 사람 냄새나는 공간.

어쩌면
그날 바다에서

나는 처음으로
숙소를 꿈꾸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새벽에 빵을 굽는다.

새벽 4시에 출근해서
오븐 앞에 서서
밀가루와 씨름한다.

그리고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삶은 참 이상하다.

한때는 배우였고
지금은 제빵사이고
그리고 이제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을 꿈꾼다.


그래서 요즘
작은 준비를 하고 있다.

동탄에
아주 작은 숙소 하나를.

거창한 호텔은 아니고
세상을 바꾸는 공간도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 오늘 하루 좋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하루가 만들어지는 곳.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

나는 아직도
빵을 굽고 있고
삶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요즘은 조금 설렌다.

아마도

그날 마시안 해변에서
잠깐 멈췄던 시간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내 숙소에 와서

창밖을 보며
이렇게 말하면 좋겠다.

“오늘 하루… 참 좋았다.”

그럼 나는 아마
새벽에 다시 빵을 굽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할 것이다.

“그래, 이 정도면 괜찮은 인생이다.”

— 빵 굽는 배우, 이창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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