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버리는 두부

게으름이 생길때마다 일침을 고하다

by to be you

며칠전 다 소진하지 못한채 남은 두부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냥 보관하면 금방 상하니까. 나름대로 꼭 맞는 사이즈의 락앤락을 골라 찰랑찰랑하게 두부가 잠길정도로 물을 붓고 소금을 솔솔 뿌려 뚜껑을 닫아 보관하기. 그럼 큰 걱정없이 5일 정도는 든든하게 버티곤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점심에 간단히 두부부침을 해 먹으려고 남은 두부를 꺼냈는데 손가락 사이로 힘없이, 말 그대로 두부는 녹아내리고 있었다. 마치 “네가 날 냉장고에 두고 방치했잖아” 라며 슬프게 울고 있는듯, 잡을새도 없이 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두부를 보고 있자니 미안한 생각이 번뜩 들었다. 조금만 신경썼어도 널 살릴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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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전 세입자가 방치해 죽어가던, 집의 뒷마당을 살리는데 고군분투 중이다. 생각했던것보다 쉽지 않은 작업. 텃밭을 일궈본적도 없고 정원을 제대로 가꿔본적이 없으니 알고 있는 지식을 총 동원하고 구글서칭을 하고 정원관련 책을 읽는데 여념이 없다. 우선 아침 저녁으로 물을 뿌려 땅을 촉촉하게 만들려고 노력중. 하지만 자동으로 분사되는 스프링클러가 아니고서야 메뉴얼로, 내 손으로 일일이 직접 가든호스만으로 물을 하루에 두번씩 뿌리기란 역부족이란 생각이든다. 나름 매일 40분씩 두번 물분사하기를 실천중이지만. 그럴때마다 뜨거운 캘리포니아의 건조한 태양볕이 날 비웃듯 더 강렬한 햇볕을 내리쬐는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테스트 삼아 심어본 파와 브로콜리, 베이비 스피니치가 따뜻볕과 물을 머금고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매일 창문 밖으로 초록이들이 꿋꿋히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있자니 (꽤나 빈번하게) 물 주는걸 "내일로 미룰까?" 라고 생각했던 마음을 다잡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매일 정원으로 신을 단단히 매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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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싶은 일이 생길때마다 손가락 사이로 흐르던 두부를 생각한다. 두부 반 조각에 그렇게 예민하게 굴 일이냐 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름 내게는 충격적으로 각인되었던 그때의 마음. Procrastination 을 떨쳐버리는데 두부의 도움을 받고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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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뒷마당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기 시금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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