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약 Jan 23. 2024

지나가던 할머니의 지나친(?) 관심

영하 13도의 날씨였다. 나는 태니를 유치원에 보낸 후, 아기띠에 나니를 들쳐메고 타닥타닥 종종걸음으로 집에 가고 있었다.

코끝이 빨개지는 날씨라, 나름 단디 여며 나니를 품에 안다 했는데도, 나니의 종아리 부분은 패딩에 가려지지 않아 살짝 서늘해 보였다.

지나가시던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이고~ 아가 춥겄다~

할머니는 벽돌색의 외투를 입으셨고 허리가 많이 굽어 계셨다. 안 그래도 내 앞에서 천천히 걸어가시는 할머니를 보며 젊었을 때 고생을 많이 하셨나 싶어 눈길이 갔었다.

사실 이런 얘기는 오늘만이 아니다. 애기가 너무 덥겠다느니 너무 춥겠다느니... 할머니들의 관심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이건 마치 내가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부족한 엄마라 얘기하는 것 같아 불편했기 때문이다.

물론 둘째가 생기며 할머니들의 시선과 관심에 많이 능숙해지고 여유로워지긴 했었다. 그래도 아침부터 한 말씀 들으, 아이고 오늘도 한소리 듣고 시작하네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이고 저 때가 진짜 귀엽지~ 발 조그만 것 좀 봐~ 요새는 신발도 참 잘 나오네~~ 우리 애들은 저런 것도 못 신겨줬는데... 내가 젖도 제대로 못 물려줬는데...

그랬다. 할머니는 작고 귀여운 아가를 보며, 몇십 년을 훌쩍 날아 자신의 작고 귀여운 아기를 떠올리셨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매일 우리 아가들을 보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듯, 할머니도 자신의 그 옛날 아가에게 애정과 미안함과 느끼셨던 것이다..

그랬다. 할머니들이 우리 아가를 보며 참견을 하셨던 건, 어쩌면 지금은 훌쩍 커버린, 그 옛날 자신의 아가들을 떠올렸던 게 아니었을까... 바빠서, 몰라서, 잘 챙겨주지 못했던 그때의 아이들을 올리며, 아이처럼 작고 여리고 소중하고 반짝이는 존재들에게 더더욱 신경이 쓰이며 따스히 돌봐주고 싶었던 게 아니셨을까...

그러고 보면 아무런 관심이나 애정이 없으면, 그 사람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똥을 싸며 지랄발광을 해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아.오.안... 그런데 할머니들은 쬐끄맣게 엄마 배에 붙어있는 다람쥐 같은 아기들도 금세 알아보시고 관심을 주신다...

그러니 앞으론, 아기를 향한 할머니들의 지나친(?) 관심을 조금 더 여유롭고 짠~하게, 때로는 공감하고 감사하며 잘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아담하고 부드러운 꼬부랑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50년 전 골목길을 함께 걸었다.

작가의 이전글 작고 어린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