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며칠이 지난 후, 정현우는 민속지에 간간이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강릉 동쪽 절벽 아래 고대 사당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다시 나섰다. 이번에는 드론을 사용해 지형을 조사했고, 위성사진과 지형도를 바탕으로 특정 지점에 이상한 암석군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곳이야…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고지대 절벽.”
장비를 챙긴 그는 이른 새벽 홀로 길을 나섰다. 안개가 자욱한 절벽 주변, 잡목 사이로 좁은 길이 이어져 있었다. 나뭇가지가 그의 얼굴을 스치고, 바위 위에 이끼가 눌어붙어 있었다. 오래전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는 흔적은 거의 사라져 있었지만, 바위 한 면에 묘하게 깎여 있는 홈이 그의 시선을 끌었다.
현우는 조심스레 손전등을 비췄다. 빛 아래서 드러난 것은 얕게 새겨진 원형 문양. 중심에는 해, 그 주변에 둘러앉은 듯한 반달 모양, 그리고 바깥을 휘감는 뱀의 형상이 또렷했다.
그는 땅을 손으로 더듬어가며 조심스럽게 파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흙에 파묻힌 석판 하나를 발견했다.
석판에는 지금까지 봐온 것보다 더 정제된 삼위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뱀이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문자의 줄기처럼 이어지고 있었고, 그 속에 고대 한자와 유사한 글자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이건… 조선 이전, 고려도 아니야. 훨씬 오래됐어….”
그는 석판을 천으로 감싸고 사진을 찍었다. 바람이 절벽을 타고 불어오고, 해가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해의 빛이 절벽 틈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왔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암벽의 평면 전체가 은은한 반사광을 일으키며,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양을 드러낸 것이다.
거대한 삼위 문장.
현우는 숨을 멈추고 그 앞에 섰다.
“이건 단지 기록이 아니야. 이건... 봉인이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암석 벽면에 손을 얹었다. 따뜻한 기운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뱀이 감싸 안은 듯한 문양 중앙, 해와 달이 교차한 지점에서 작은 금속판 하나가 돌출되어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눌렀다. 바위 아래에서 작은 울림이 퍼졌고, 먼지가 흩날리며 고요하던 공간이 살아나는 듯했다.
이제 그는 알 수 있었다. 삼위 문양은 단순한 우주의 상징이 아니라, 문을 여는 열쇠였음을.
“HELIOUS CODE… 이건 정말로 존재하는 구조물이었어.”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신이 태어난 이 땅 한복판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그를 전율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