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지켜보는 자

27화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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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석실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오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손전등을 꺼내 조명 대신 손목시계의 야광 초침만 바라보며, 그는 호흡을 죽였다.

낯선 이의 그림자가 계단 아래에 어렴풋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 그림자는 움직임을 멈췄다. 아무 말도 없고, 발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그저 ‘존재만’ 드러낸 채, 그의 반응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

“누구죠?”

현우는 조용히 물었다. 반응이 없었다. 대신 계단 위에서 낮고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여기까지 온 건, 그 조각 때문입니까?”

그는 놀랐다. 그 목소리는 익숙했다. 그는 계단 위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박준호였다. 오랜 친구이자, 그가 처음 이 여정을 시작할 때부터 곁에 있었던 동료.

“준호...? 왜 네가 여기에…”

박준호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널 지켜봤어. 처음엔 그냥 친구로서. 그런데 네가 다다른 진실이 점점 커지자… 누군가는 네 곁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왜 지금 나타난 거야?”

준호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누군가, 네가 가진 조각을 노리고 있어. 바티칸도 움직였고, 민간 조직도 섞여 있어. 난... 그들보다 먼저 널 찾고 싶었어.”

현우는 말을 잃었다. 배신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그동안 자신이 혼자라고 믿었던 길 끝에, 이토록 가까운 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발견한 것들은 단순한 고고학 자료가 아니야.”

“알아. 그 조각이 말해주는 메시지를 이해했어. 우리만이 해석할 수 있는 언어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둘은 그 자리에 앉아, 벽면의 별자리 도해를 함께 바라보았다. 조각은 아직 가방 속에 있었지만, 그 빛은 여전히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이건 문명이 남긴 시간의 지문이야. 우리에게 그걸 연결할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거고.”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그 기회를 우리가 놓치면… 영영 닫혀버릴지도 몰라.”

그들은 가방 속 두 개의 조각을 다시 꺼내어 맞붙였다. 반대 방향의 나선이 만나자, 중심에서 약한 진동이 퍼지기 시작했다. 별자리 도해는 점점 회전하며 새로운 궤적을 그렸다.

“이제 진짜 문을 열 시간이야.”

두 사람은 조용히 일어나, 도해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마지막 장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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