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25화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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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는 외부 백업 작업을 마친 뒤, 곧바로 숙소의 방범 시스템을 점검했다. 출입문에는 추가 자물쇠를 걸고, 창문에도 임시 경보기를 부착했다. 그는 마치 전쟁터에 들어선 군인처럼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엔 정보가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날 밤은 유난히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불안할 정도였다. 새벽 3시 무렵, 갑자기 경보기의 붉은 불빛이 깜빡이며 삐- 소리를 냈다. 그는 곧장 침대 아래에서 손전등과 카메라를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거실로 향했다.

현관문 앞엔 이상한 흔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문고리를 만졌고, 도어락엔 미세한 손톱 자국이 남아 있었다. 침입은 실패한 듯 보였지만, 그 존재가 ‘실제로’ 가까이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흔적이었다.

그는 다음날 바로 숙소를 옮겼다. 강릉 외곽의 작은 민박집. 휴대전화도 꺼두고, 통신 장비 역시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가 믿을 수 있는 건 이제 오직 자신의 판단뿐이었다.

밤이 되자 그는 조심스럽게 금속 조각을 다시 꺼냈다. 이 조각이 무언가를 ‘열기’ 위한 열쇠라는 느낌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는 조각의 테두리를 따라 가느다란 홈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아주 미세하게 각이 들어간 홈들이 별자리의 이동을 따라 구성된 듯한 형태였다.

그는 무릎 위에 펼쳐진 지도를 바라보았다. 각 문명이 남긴 문양들을 연결한 라인. 그리고 모든 문명의 중심에서 일치하는 ‘좌표’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뜻밖에도, ‘백두대간의 정점’이었다.

“한반도의 심장부… 진짜 중심.”

그는 다음 목적지를 결정했다. 설악산 깊은 계곡,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된 특정 암벽지대. 조선 시대엔 왕실의 별궁이 숨겨졌다는 설이 돌았던 곳. 그는 이미 오래전 그곳이 ‘비어 있는’ 점으로 기록된 고지도 사본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짐을 꾸리며 중얼거렸다.

“이제, 다음 문을 여는 건 나야.”

그가 자리를 떠나기 직전, 숙소 앞에 익숙한 차가 멈춰 섰다. 그리고 한 남자가 내렸다. 어두운 모자, 검은 옷. 말없이 현우의 방 창문을 바라보았다.

현우는 커튼 뒤에서 숨죽인 채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침입자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서 차를 타고 떠났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확신했다.

“그들은 알고 있다.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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