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설악산. 한겨울의 산은 잔혹할 만큼 고요하고 차가웠다. 정현우는 눈 덮인 산등성이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어올랐다. 그가 향하는 곳은 일반 등산로와 멀리 떨어진 비탐방 구역이었다. 지도에도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전설처럼만 남아 있는 장소. 그곳이 바로 '열쇠'가 반응한 좌표였다.
그는 GPS도 꺼둔 채, 아날로그 나침반과 오래된 고지도를 참고하며 나아갔다. 경사가 급해지고, 눈바람이 뺨을 때릴수록 그는 더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산세가 이상하게 갈라진 협곡에 도달했다. 암벽의 틈새로 얇은 안개가 흐르고 있었고, 그 중앙엔 웅크린 듯한 바위 하나가 비스듬히 서 있었다.
그 바위. 정현우는 즉시 그것이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 표면에는 풍화에 반쯤 사라진 고대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중앙엔 손바닥 크기의 움푹 파인 홈이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금속 조각을 꺼내 그 홈에 맞췄다. 삐걱—
금속이 닿자마자, 바위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이어서 낮은 음파가 퍼지듯 울렸고, 바위 뒤편에서 툭, 무언가가 떨어져 나갔다. 바위가 열렸다.
그 안엔 짧은 통로가 있었고, 낡은 나무 계단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그는 손전등을 꺼내 조심스럽게 그 길을 따라 내려갔다. 계단은 오래돼 삐걱였지만, 구조 자체는 튼튼했다. 마치 누군가, 언젠가 다시 오기를 기다린 듯한 느낌이었다.
지하에는 정사각형 구조의 공간이 있었고, 중앙엔 석제 단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엔 또 하나의 금속 조각이 놓여 있었다. 모양은 그가 가진 것과 동일했지만, 중심의 나선은 반대 방향으로 감겨 있었다.
“쌍으로 존재하는 구조… 음양의 개념?”
그는 두 조각을 나란히 놓아 보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두 조각이 서로 정확히 맞물리며 하나의 원형을 형성했다.
“이게 진짜 열쇠였어…”
그 순간, 석실 벽면이 은은히 빛나기 시작했다. 빛의 선들이 연결되며, 거대한 별자리 도해가 드러났다. 그것은 한반도 상공에서 관측할 수 있는 별들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 고대 천문 지도였다. 그 중심에는 하나의 고리, 그리고 삼위 문양.
현우는 무릎을 꿇고 중얼거렸다.
“이건 예언이야. 아니, 주기적인 ‘개방’을 기록한 메시지.”
그는 조심스럽게 금속 조각을 가방에 넣고, 도해 전체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지하 공간의 입구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