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회장실

시즌 1: 폐업의 문턱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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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치동, 하나치킨 본사 21층.
천장까지 닿는 전면 통유리 너머로 도산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널찍한 집무실 안, 강별호 회장은 시계가 10시를 넘기자 비서실장 조혜진에게 말했다.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지?”

조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을 넘겼다.
“네, 회장님. 청와대 비서실장 직속 요청입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자영업자 폐업 지원 관련 의견 청취를 원하십니다.”

강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책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군.”

“하나치킨 가맹점만 해도 전국에 1,840개. 매출 평균은 전년 대비 18% 하락했고, 폐점 요청이 100건 넘게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프랜차이즈 본사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래요.”

강별호는 묵묵히 듣다가 고개를 들어 조혜진을 바라봤다.
“우리가 자선 사업가로 보이나?”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정책 흐름을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회장님, 하나치킨은 이제 국내 3위 프랜차이즈입니다.
정부 정책에 맞서기보단, 일부 선제 조치를 취해 가맹점주 신뢰 회복과 이미지 개선에 활용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잠시 후, 마케팅 본부장, 법무실장, 가맹지원팀장 등 주요 임원들이 회의실에 집결했다.

강별호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정부는 지금 자영업 구조 전환을 얘기하고 있어. 그럼 본사인 우리한테는 어떤 위험이 오지?”

법무실장이 먼저 답했다.
“정부가 본사에 ‘가맹점 매출 하락 시 일정 부분 손실을 분담’하라는 법안을 고려 중입니다.
그 외에도 가맹점 계약 시, ‘재난 대응 조항’을 필수로 넣도록 공정위가 압박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본부장이 이어받았다.
“이번 기회에 본사-가맹점 상생 프레임을 선도하면, 타 브랜드 대비 차별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대료 일부 본사 부담’, ‘폐업 컨설팅 본사 지원’, ‘전환 창업 재계약 조건 완화’ 같은 프로그램을 발표한다면요.”

강별호는 눈썹을 찌푸렸다.
“폐업을 도와주자고? 그럼 브랜드 이미지엔?”

가맹지원팀장이 나섰다.
“실제로 작년 기준, 하나치킨 가맹점의 32%가 수익률 5% 미만입니다. 버티는 것도 기적인 지점이 많죠.
폐업 컨설팅을 본사가 주도하면 ‘브랜드 신뢰 회복’과 ‘잔존 가맹점 안정화’에 도움이 됩니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회장님.”

강별호는 깊이 생각하다가 조혜진을 돌아봤다.

“청와대엔 뭐라고 전하지?”

“회장님 의중에 따라 메시지를 조정하겠습니다. 회장님의 이름으로 ‘자율적 폐업 지원 프로그램 도입 검토’ 정도를 말하면, 언론에도 좋고, 대통령에게도 유연한 협조 메시지로 전달됩니다.”

그 순간 회의실에 긴 침묵이 흘렀다.
강별호는 말없이 종이에 무언가 적더니, 종이를 접어 회의 테이블에 내려놨다.

“좋아. 대신 조건이 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우린 도덕적 책임이 아니라, 경영상 판단으로 지원한다는 걸 분명히 해둬.
그리고 지원 조건엔 반드시 ‘본사의 사전 승인 하에 진행된 가맹점 운영’이라는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

가맹지원팀장이 빠르게 받아 적는다.

“두 번째, 본사 분담은 전체 매출의 0.5% 이내, 폐업 컨설팅 대상은 직전 6개월 적자 지점으로 제한.
대상 지점에 한해 추후 신규 브랜드 전환 우선권을 부여한다.
이건 사업 정리 지원이 아니라, 구조 개편이다. 명확히 해.”

조혜진은 마지막으로 묻는다.
“회장님, 대통령께서 직접 대면 면담을 요청하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별호는 웃음을 머금었다.
“청와대는 쇼를 원하겠지. 하지만 나는 본질을 원한다.
만약 대통령이 진심이라면, 나도 진심으로 만나겠다고 전해.”

간담회가 끝난 후, 회장은 창가에 섰다.
그는 지난 30년을 프랜차이즈에 바쳤다. 중소 배달 통닭에서 시작해, 전국에 점포를 낸 기업으로 키웠다.

‘성공’이라는 말 뒤에 따라오는 건 언제나 ‘책임’이었다.
하지만 그 책임이 자칫 ‘정치적 희생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중얼거렸다.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전체 사슬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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