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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well Jan 15. 2023

불이 켜진 풍경

<아무튼, 노래>와 <아무튼, 드럼>을 읽고

곁에 있는 오래된 사람에게 정이 가는 것처럼 노래도 오래된 노래가 좋다. 그리고 그런 노래에 드럼 소리가 빠진 적은 별로 없었다. <아무튼, 노래> <아무튼, 드럼> 연달아 읽으며 새삼스레 깨달은 것이다. 팬데믹이 도래한 이후 맞이한 연말  가장 흥겨운 시간을 보낼  있었던 것도 "음악이 본업이 아닌 자들의 자유 아니더냐"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어엿한 생활음악인"덕분이다. 한때 가수와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사람으로서(왠지 부끄럽다) 음악을 즐겁게 짝사랑할  있는 방법을  에세이를 통해 배우기도 했다. 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슬아 작가가 진행과 노래를 하고, 손정승 작가가 책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실제 드럼 연주까지 선보인 북콘서트에 다녀올  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하러 갔다가 되려 받은 기분이었다. <아무튼, 드럼>에서 작가의 스승이자 "동그란 음표의 앞쪽을 베어 무는 기분"이란 명대사를 하며 등장하기도 했던 박건호 드러머(와 그의 친구들)의 축하공연으로 시작된 북콘서트는 기대보다 놀라웠다. 동네 서점에서 작가와 서점원으로 처음 인연을 쌓아 이제는 합주실에서 하나의 음악까지 공유하게 된 두 작가는 어느새 각자의 미래를 응원하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다정한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는데, 한바탕 웃다가도 진지한 얼굴로 단번에 영화 <노팅힐>을 떠올리게 했던 그들의 <Ain't No Sunshine>은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핑클의 대표적인 캐럴 <White>, 비교적 낯선 곡이었지만 손정승 작가의 이미지 또는 에너지와 무척이나 닮아 보였던 <무지개 소년>은 손정승 작가의 솔로 무대로 꾸며졌다. 대의를 가지고 음악을 시작하지 않은 음악인만이 뿜어낼 수 있는 열정이란 게 이런 것일까. 미래에 생길 눈가 주름 따윈 생각지도 않고 "미간을 좁히고서 감탄"하기 바빴다. 손이 빨개지는지도 모르게 손뼉을 쳤고 목이 아픈지도 모른 채 환호했다.

손정승 작가의 무아지경을 이슬아 작가는 어떻게 바라봤을까. 어떻게 그릴까. 거칠게 요약하자면 <아무튼, 노래>는 단순히 노래를 사랑하는 '나'의 이야기가 아닌 음악을 통해서 확인한 '관계들'의 이야기였다. <아무튼, 드럼>에서 '본업이 아닌 자들의 자유'란 꼭지를 통해 <아무튼, 노래>의 북토크가 눈앞에 형형하게 그려졌던 것처럼 언젠가 이번 북콘서트에 대한 이슬아 작가만의 스케치를 만나보고 싶다. 그 그림이 이번 북콘서트를 경험하며 생긴 내 마음의 풍경과도 닮았으면 좋겠다. 그 사이 두 작가의 관계도 오래된 노래들처럼 깊어지길. 아주 먼 훗날 grandma drummer 내지는 grandma singer를 검색할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면 그때 두 작가의 모습이 나란히 나타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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