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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Feb 15. 2021

좋은 게 좋은 거다

노근본 에세이와 산문

과거의 너와 지금의 너는 표면적으로 별 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회사의 막내로 풀도 죽고, 사회생활로 기세도 꺾여 가는 게 보이지만,

적어도, 아직까진 네 눈빛을 보면 동태 눈깔은 아니라서 맘이 놓인다.

좋은 거야. C야.


여전히 순수하고 천진해 보인다는 것이 C, 너에 대한 나의 편견이라면 편견일 것이다.

좋은 편견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깨끗한 이든, 구정물이든 채워져 투명한 잔이 변하는 것이 순진이라면,

이미 물이 가득 차서 들어갈 것이 없는 투명한 잔은 순수랬다.

너는 싫다 할지 몰라도,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 첫 구절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은 반면, 불행한 가정은 제 나름으로 불행한 것이다'로 시작되듯, 우리의 인생도 행복함은 비슷하게 찾아오겠지만 불행에 있어선 제 나름의 고충들을 안고 있겠지. 너 역시 말 못 한 고민으로 밤을 지새운 날들이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만났을 땐 웃음과 가벼운 얘기들로 반기는 C야.

너는, 아직은, 세상을 잘 살아갈 기력이 있다는 건강한 증거 같다.

우리 그냥 대가리 꽃밭으로 살아보자. 좋은 게,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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