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남는 삶, 3개월의 기록
이제 곧 3개월의 한국살이를 마무리하고, 다음 주 미국으로 돌아간다.
이번 귀국은 단순한 체류가 아니었다. 그저 잠시 들렀다 가는 일정이 아닌,
여운이 길게 남을 만한 경험이었다.
엄마가 된 이후, 다시 본 ‘엄마’의 모습.
엄마의 자리에서 다시 바라본 한국이라는 나라.
3세대가 함께 사는 삶의 따뜻함과 복잡함.
미국과는 또 다른 한국의 탁월한 육아 시스템과 복지.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건 딸이 부모님과 눈을 마주치고, 웃고,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그 자체로 잊지 못할 계절이었다.
떠날 때가 다가오니 아쉬움이 커진다.
떠나며 자꾸만 마음이 머무는 것들.
빵집
완벽한 아몬드 크루아상, 고소한 식빵, 바삭한 바게트.
15분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그 빵집들이 미국에선 상상 속의 향기가 된다.
차로 20분 넘게 달려야 겨우 ‘그럴듯한’ 맛을 찾을 수 있을까 말까.
맛집
한국은 식도락의 천국이다.
다양한 아시안 음식, 섬세한 맛의 조합,
무엇보다도 '선택의 여유'가 있다.
미국에서는 늘 정해진 몇 개의 메뉴 안에서 돌아가며 먹는 느낌이다.
부모님
딸과 단둘이 있을 때는 혼자 샤워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엔, 부모님이 곁에 계시니
잠깐이라도 안심하고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딸과 조부모의 사랑
우리 딸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한다.
매일 함께 웃고, 손잡고 걷고, 밥을 먹고 놀았다.
돌아간 후 허전함은 아마 딸이 더 크게 느낄 것이다.
밥 걱정
한국에선 식사 준비에 신경 쓸 일이 적었다.
미국에 돌아가면 다시 ‘오늘 뭐 먹지’에서 시작되는
끝없는 루틴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한국살이는 익숙한 듯 낯설었고,
낯선 듯 따뜻했다.
정착하려 했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했겠지만,
이번엔 마치 한국이라는 문화를 ‘관찰’하고,
조심스럽게 다시 배워가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문화적 거리감 속에서도
한국은 ‘내 나라’라는 감정은 변하지 않았다.
더 잘되기를 바라고, 응원하고 싶은 나라.
그런 나라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한국 사회에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버스를 탈 때 주변사람들 기다려주는 여유
문을 잡아주는 사소한 배려
눈을 마주치며 인사할 수 있는 마음의 틈
이런 사소한 친절이
사람을 기쁘게 하고,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바꾼다.
그게 진정한 ‘선진국’의 품격 아닐까.
언젠가 또 한국에 올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땐 더 좋은 나라, 더 따뜻한 사회가 되어 있길 바라본다.
전 세계인이 한국 여권을 갖고 싶어하고,
아시아 여행엔 일본뿐만 아니라 반드시 ‘한국’이 포함되고,
외국인들이 여행 후 “또 오고 싶다”고 말하는 나라
그런 나라가 되길 기도하며,
이번 여정의 마지막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