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영재 Jun 12. 2022

#25. "적어도 나에게 행복은 이런 게 아닐까..."

Bolivia. Uyuni

하루 종일 뒹굴 뒹굴 이곳은 정말 할 게 없다...


투어에 비해 도시엔 정말 횡~~하니 할 게 없는 도시가 우유니다.

방에서 뒹굴뒹굴...

어제 마신 술을 깨며 밤까지 시간을 기다렸다.


해가 지고 슬금슬금 스타라이트 투어 준비를 했다.


나보다 먼저 스타라이트 투어에 갔었던 학선이형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다.

다른 건 다 이해가 가는데

무슨 양말에 비닐봉지를 끼고 가란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지...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비웃고 있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도 한 마음 한 뜻으로 나를 놀려먹는다...


이게 맞는 걸까... 잘 모르겠지만 속는 셈 치고

양말 하나에 수면 양말 하나를 더 신고 비닐봉지로 발목까지 돌돌 감았다.


대낮에는 반팔만 입고 다니는 이곳에 뭐가 그리 춥다고...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지만 

온갖 방한용품을 다 챙겨서 투어를 출발했다.


어두컴컴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가다 어느새 차가 멈춰 섰다.


비닐봉지를 감은 발로 우유니 바닥에 내딛자,

진짜 생각보단 많이 추웠다.


너무 웃기지만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너도 나도 다 발에 비닐봉지를 싸매고 왔다...

 비닐봉지가 뭔지  나를 따뜻하게 감싸줬다.

행복했다..


아마도 밤이 돼서 생각보다 깊어진 소금물이

장화에 들어오는 걸 한 번 더 막아주는 효과이지 않았을까...

비닐봉지는 그날의 내 발가락을 살려주었다...


비닐봉지에 심취해서 쓸데없는 얘기를 너무 오래 했다.


우유니 바닥에 발을 내딛으면서 밖을 보았을 때,

참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제 본 우유니의 별은 그냥 별 체험 수준이었다.

그보다 어찌 더 많은 별이 있을까 했는데 별이 정말 수두룩했다.


군 시절 국내에서 별이 정말 많다던 화천에서 봤던 별보다도

별 보러 가는 곳으로 유명한 몽골에서 봤던 별보다도

훨씬...

많은 별이 눈앞에 펼쳐졌다.


황홀하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딱 10분만 사진을 찍고

오로지 내 감각들로 이 순간들을 느끼고 싶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별 보러 가자" "lost stars"를 틀고

투어차 위에 대자로 누워 가만히 그 순간들을 감각들로 즐겼다.


 순간을 지금 표현하려니 표현력이 부족한 걸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마음이 컸었다.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가만히 있어도 흥분되는 그런 이상한 감정들이 스쳤다.




우유니 얘기를 하니 마냥 똑같은 정말 행복했다는 얘기만   같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진을 찍고 그들과 추억을 함께 기록했다는 그런 얘기들로...


사실 우유니는 그보다 더 큰 영감을 내게 주었다.


많은 곳을 다녀보지 못한 나였지만

내가 처음 우유니 소금사막에 발을 디뎠을 때,

그냥  순간에 정말 감사했다.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죽기 전에 이곳을 볼 수 있었다는 거에.


만약 내가 이곳을 지금 오지 못하고

죽기 전에 한 번도 이런 장면들을 보지 못했다면

얼마나 허무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땅 덩어리 안에,

대구라는 더 작은 도시 속에 살고 있던 내가

대구 밖을 떠나지 못하고

더 큰 세상을 보지 못했다면

정말 슬픈 인생이 아닐까라생각도 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우유니를 보고

앞으로 더 열심히 이곳저곳 다니리라고 다짐을 했다.


세상엔 우유니 말고도 정말 좋은 곳이 많을 텐데

죽기 전에 있는 힘껏 많은 곳을 보고 

그곳에  발자국을 세기고

그곳에서 내가 숨을 쉬고

그리고 다른 여행자들과 소통한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정말 다 다르지만

적어도 나에게 행복은 이런 게 아닐까...


이쁘다고 생각하고 사진만 찍어대었던 그때지만

지금 생각하면 우유니라는 곳은 내게 여행의 원동력이 되었지 않나 싶다...




요즘도 주변 사람들이 여행하면서 어디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우유니는 단연코 빠지지 않는다.


그 어느 장소보다도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인생 샷을 남길 수도 있지만

내 머리통이 다시 재해석될 수 있었던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우유니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작가의 이전글 #24. "누구나 멋진 작가가 될 수도 있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