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니까 좋겠다
나의 난임 연대기 _ 다섯 번째 이야기
또 생각났다.
듣고 싶지 않은 말.
'쉬니까 좋겠다.'
난 내 일을 정말 좋아했다.
일이라고 생각도 못할 정도로
내 인생에서 지금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제일 가치로운 활동이라 생각했고
그 안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만큼 난 많이 성장했다.
일상이 되어버렸고,
올해로 끝이 아닌 내년, 그 후 까지도 이어지는
연속적인 인생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보람도 있었고,
그만큼 나에 대한 정체감도 더욱 깊어졌고,
월급이 얼마가 들어오든 큰 상관을 안 했다.
그런데 오죽했으면
난임 휴직을 냈을까.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내가 얼마난 오랜 시간 준비하고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 각오했는지
그 마음을 아는 사람 몇 있을까?
책임감이 뭐라고
소속감이 뭐라고
내가 있던 그곳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혼자 하나씩 준비해 갔었다.
마음속 혼자 울컥울컥하는 순간이 있어도
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도록
내가 무책임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내가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박수 칠 때 떠나야지 하던 나의 목표가
졸지에 난임 휴직이 되었다.
그런데, 나보고 쉬니까 좋냐고 한다.
좋겠지.
일도 안 하고,
집에서 24시간 뒹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그런 행복이 더 어디 있겠나 싶겠지.
하지만
날 아는 사람은 그렇게 얘기 못할 텐데...
이렇게 또 이 사람이 내 사람인지 아닌지 알게 된다.
난 집에서 그냥 가만히 딩가딩가 할 사람이 아닌데
난 남편 돈을 내 돈처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인데
난 내 시간을 정말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런 내가 휴직을, 난임 휴직을 하고 있는 건데
쉬니까 좋지?라는 말이 어찌 나오는가.
당신은 지금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가.
나인가?
자신의 이상인가?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해 먼저 알고
그 사람의 마음에 대해 공감을 하고
그 사람의 상황이 되어 보는 것을 상상했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 함을 이렇게 또 반성하게 된다.
누군가에겐 나도 그렇게 상처를 줬을 테니까.
오늘도 긍정이 보다는 부정이가 목소리가 더 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