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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Nov 13. 2024

나다울 때 가장 멋진 내가 된다

인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푸근한 햇살 좋은 가을날 북촌에 갔다가 외국인들 한복 입은 모습이 예뻐 한참을 쳐다보았다. 가족 여행을 간 전주 한옥마을 거리에서도 한복 물결이 가득했다. 한복을 입지 않은 내가 더 어색했다. 나도 한 번 대여할까 싶을 정도로 한복은 매력 있어 보였다. 기와를 얹은 한옥 카페는 북적이고, 전통찻집에는 대추차와 쌍화차가 인기 많았다. 한국적인 곳을 여행 다니면서 발견한 외국인의 경이로운 눈빛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났다.

농산물 광고하면서 사용한 사자성어 “신토불이” , 노랫말을 입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가사가 떠올랐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말한 임권택 영화감독의 말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구나. 나도 나다울 때 가장 멋지겠구나 싶다.




'나다운 것이란 뭘까', 나다운 삶이란 뭘까' 흘러가는 대로 생각 없이 살다가도 가끔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된다.

SNS를 통해 보이는 다른 이들의 삶을 따르기도 한다. 배움을 얻어 좋을 때도 있지만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낮아질 때 있다.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지적인 엄마가 부러웠다. 야무진 손끝으로 집안을 호텔처럼 꾸민 야무진 살림 전문가를 주목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레스토랑 요리를 작은 부엌에서 척척해내는 주부가 놀라웠다. 중년에 들어서도 날씬하고 건강한 몸을 관리하고 개인 사업을 감당해 내는 커리어 우먼을 놀래서 쳐다보았다. 한 해를 계획하고 공부와 일을 지속하는 지인의 힘 있는 어투와 모습이 빛나 보였다. 내가 가진 많은 것들이 다 초라해져 보이는 순간이다.

 

글을 쓰면서 잘 쓴 글을 읽다 보면 내 글이 부끄러워질 때 있었다. 지적이고 훌륭한 어휘가 많고 논리적인 글을 볼 때 위축되기도 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글을 쓰고 연습했겠는가. 비교하면서 마음은 위아래로 요동한다.

말 잘하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핵심을 벗어난 말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의견을 건네면서 부끄럽기도 했다. 내가 했던 말을 다시 생각하는 저녁이면 귓불이 화끈거린다.

관심 있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나와 상관없는 영역에서는 비교할 일 없다. 내 영역과 상관없는 곳에서는 비교도 부끄러움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속한 곳에서 나다운 자부심도 일어나고 나답지 못한 후회도 피어난다.

 

나 자신을 잘 알 때 자신 있게 나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나만의 기준과 생각이 견고할 때에야 자존심 아닌 자존감이 내 안에 자리할 수 있다. 제대로 나를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살피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면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집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여섯 이랑 작은 남새밭을 가꾸고 있다. 가을이 되어 9월 초 무씨를 뿌리고 배추 모종을 열 개 심었다. 빈 땅 곳곳에 상추, 치커리, 케일을 키우고 부추와 대파도 관리한다. 내 밭은 다양한 식물이 옹글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 부부가 아침마다 샐러드 밥상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바로 옆 밭주인 노부부는 매일 텃밭에 들러 식물을 가꾸는 데, 농사 도구부터 다르다. 어깨에 메고 약을 분사하는 기구, 갖가지 영양제, 복장도 전문 농사꾼이다.

“배춧잎을 뒤집어서 벌레를 잡아요. 약도 뿌려야 해요. 이리 와 봐요. 무는 흙무더기를 올려서 이렇게 두 줄로 심어요. “

노부부의 밭에는 속이 꽉 찬 배추와 굵은 무가 이랑 가득 채우고 있다. 자랑 넘치는 넓은 어깨를 흔들면서 소리 내 웃는 할아버지.

 

감탄이 나도록 풍성한 전문가의 밭을 보다가 초라하고 빈약한 내 식물을 쳐다보았다. 평소 옆 밭은 일부러 보지 않았던 터다.

봄날, 고추와 토마토를 키우고 남들이 안 키우는 루콜라와 고수를 심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냥 내가 필요한 만큼 키우고, 크기와 상관없이 유기농으로 재배하자고. '남에게 자랑하고 남들이 감탄할 밭이 아니라, 내가 와서 놀고 수확할 밭이라면 만족하자고.

그 뒤로는 큰 이파리와 많은 수확물이 부럽지 않았다. 남들 보기에는 잡다한 식물이 자라는 빈약한 밭으로 보여도 내게는 보물섬이고 힐링 정원이다. 집을 오가면서 매일 한 줌씩 야채를 뜯고 열매를 따는 텃밭. 우리 부부에게 딱 맞는 깜냥이다.

 

자녀들을 키우면서 다른 집 아이 성적과 환경을 비교하지 않기 위해 엄마들 모임을 정리한 적 있다. 만날 때마다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친구들 모임은 거절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핸드폰 프로필 사진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SNS 정보를 주의한다. 대신 나 자신에 집중한다. 내 모습, 내 목소리, 내 존재를 발견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갖는다. 나다운 모습을 알아가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고 살핀다. 나를 알아가기 위해 시도하면서 지속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나를 살피고 기록한다. 매일 간단하게 두 페이지 일기를 쓴다. 한 페이지는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과 간단한 느낌을 적는다. 다른 한 페이지에는 읽었던 책의 짧은 구절과 새로 알게 된 정보와 좋은 글귀를 메모한다. 기록이 쌓이니 내가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고 배웠는지 알게 된다. 나의 가치관과 관심사, 취향과 장단점을 살필 수 있다.


둘째, 다양한 경험을 시도한다. 새로운 취미와 여행을 시도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교류하면서 나 자신을 더 알아가게 되었다. 용기 내어 혼자 제주를 여행하고 호주를 다녀오면서 내가 용감한 사람이었음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셋째, 가족과 대화를 자주 한다. 가족 안에서 있을 때 소중히 여겨야 할 우선순위를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무조건 희생과 양보는 주의한다. 성인 된 자녀들의 평가는 냉정하고도 요구는 끝이 없지만 나를 잘 지키기 위해 선을 지키려 한다.


넷째, 계속 배우고 계발한다. 중년은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딱 좋은 시기다. 자녀를 위해 희생만 했던 나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다시 발견하고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글쓰기를 배우고 매일 책을 읽는다. 노년에도 지속할 수 있도록 그림을 배우고 악기를 연습한다. 취미를 유지하고 과제를 수행하면서 끈기와 열정이 있는 나를 자주 발견한다.

 



배우고 경험하면서 나만의 속도로 걷고 뛴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언제 시작하고 멈출지도 내가 결정한다. 내가 나다운 모습으로 자신을 만들어갈 때 서두르지 않게 된다. 나 자신을 잘 알고 의견을 표현할 때 누구에게든 당당할 수 있다. 주변 환경으로 인해 자아가 흔들리지 않는다. 나다운 내가 멋지게 보이는 순간이다. 그런 내가 좋다.


"인생이 당신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귀 기울여라." 파커 J. 파머의 말을 기억하며 내 인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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