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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Sep 22. 2022

광안리 일출은 어떠신가요?

부산 야경보다 일출이 더 멋질긴데...


“이렇게까지... 나, 정말 미친 거 아냐?”     

혼자 피식 웃음이 난다.     



겨울이 되면 일출시간에 집착한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의 일기예보를 검색한다. 겨울이면 7시 이후에 해가 뜨는데, 7시 반까지도 가능한 시기들이 있다.  여름날에 일출을 보려면 새벽 5시 이전에 일어나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바다 일출을 보기에는 겨울이 딱 좋다. 추운 날씨만 제하면...


해운대에서 이사를 나와 다른 구에 살면서도 나의 기행은 가끔 이어졌다. 남편은 나의 이런 행동들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바다사랑에 그저 감탄하며 일상으로 여긴다.


출근과 등교로부터 자유로운 토요일 새벽에는 조용히 일어나 핸드폰과 자동차 열쇠 그리고 책 한 권을 챙긴다. 세수도 건너뛴 채 둥근 모직 모자를 둘러쓰고 머플러를 목에 휘두른다. 그리고 아무도 나의 입출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까치발을 들고서 현관을 향한다. 몰래 현관을 나와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가슴 졸임과 쾌감... 잠시 눈을 감고 내 모습을 떠올려도, 숨을 멈추고 상반신을 한 번 들썩 올렸다 내리게 한다.     


예상 일출시간 30분 전, 시동을 걸고서 광안리로 향한다. 새벽에는 15분이면 도착 가능한 시간이지만, 일출 10분 전부터 어둠을 깨우는 그 하늘을 보아야 한다. 칠흑 같은 어둠에서 미세하게 변해가는 하늘의 모습은 실로 경이롭다. 조금이라도 늦는 날에는 엑셀레이터를 밟아 가속하며 바다로 향한다. 때로는 뜨는 해와 함께 달리기도 하고, 금세 얼굴을 내밀어 버리는 태양을 뒤쫓아 가기도 한다.      


광안리 도심 가운데 다다르면 바다 쪽 한 면이 붉게 물든다. 한낮의 도시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이다. 낮과 밤에는 도심의 지배에 갇 길들여진 바다로 보이지만 새벽에는 다르다. 고요한 시간에 고개를 내미는 작은 빛에도 짙은 어둠이 물러가면서 바다와 하늘이 함께 온 도시를 압도하는 형상이다.





  

광안대교 아래 수평선 위로 빛나는 생명체가 서서히 떠오르자 서둘러 광안리 골목에 재빨리 주차한다. 광안대교를 모두 품은 사진을 먼저 찍고서 모래사장을 질러 해변으로 뛴. 핸드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은 후 동영상 버튼을 누른다. 잠시 숨을 죽이며 몇 차례 사진 버튼을 누르다 보면 태양은 텔레토비에 등장한 아기 태양처럼 금세 바다 위로 솟아오른다.      


태양은 처음 오를 때 찬란히 비추던 때와는 달리 평범한 모양으로 둥실 하늘에 오른다. 잠시 무대를 누비는 모델을  주목  후, 뒤돌아 나가는 에게서 눈을 떼듯 그렇게 나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그제야 해변과 도로변을 달리는 사람들이 보이고 많아진 교통량이 가늠된다. 잠시 멈추었던 웅장한 장면이 째깍 초바늘과 함께 현실로 돌아가는 듯한 순간이다.


바다를 뒤로 하고 자동차를 움직여 카페 주차장에 주차한다. 바로 앞 카페테라스 빈백에 깊숙이 앉으며 커피잔을 움켜쥔다.  방금 튀어나온 태양을 마주하며 뜨거운 커피를 '호호'부는 관광객 같은 나는 부산시민... 찬바람을 마다하지 않는 미친 바다사랑에, 현실이 보이는 순간이다. 가족들의 주말 늦잠이 깨기 전에 서둘러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간다.     





부산을 관광하는 이들에게는 밤을 새우며 부산 야경을 즐기기보다는, 조금 일찍 잠들어 새벽의 놀라움을 누려보길 권한다. 일출시간과 날씨를 검색해 보고 15분 전에는 해맞이 준비를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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