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a가다 Oct 01. 2022

부산 바다에서 새벽을 맞는 사람들...

이른 아침 송정 바다에 보이는 이들

 "여러분 해안 쪽으로 이동하세요. 안전한 곳에서 레저 활동하세요.”     


토요일 새벽 6시, 경찰차에서 들어봤던 ‘삐요삐요’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해양경찰의 강하면서도 점잖은 목소리가 바다 한가운데서 울렸다. 해양 경찰선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무리 지어 아침 수영하는 이들을 이쪽저쪽에서 안내하고 있다. 눈을 꿈벅거린 후 힘주어 멀리 바라보니 헤엄치는 무리들이 많다.     



 

둥근 두상을 부지런히 바닷속으로 밀어 넣는 불규칙한 움직임이 보였다. 돌고래 떼처럼 보이지만 부지런한 부산의 바다 수영인들이다. 주말 아침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장면이다. 광안리와 해운대 그리고 송정에서도 바다가 잔잔한 이른 아침이면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부산의 바다는 가을까지도 외부 기온보다 수온이 높아 온천 같은 느낌으로 바다수영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일출을 보러 바다에 갔다가 이른 아침부터 주차장을 점령하는 이들에 순간 놀랜다. 그리고 바다수영 슈트를 입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 감탄은 두 배가 된다. 이들의 무리는 함께 모여 준비운동을 잠시 한 후 바닷속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간다.  금세 무리 지어 대형을 이룬 뒤 바다를 가른다. 작은 점선들로 멀리 사라지기 전까지 넋을 놓고 눈으로 따라간다. 거리가 멀어 결과물은 똑같을 텐데 자꾸만 사진을 찍는다.


“우와~!”

입 밖으로 탄성이 새어 나온다.  

바닷속에서 일출을 보는 느낌은 또 다른 차원이겠다. 해파리와 물벼룩의 난관이 있다고 들었지만 여러 방해꾼들의 훼방에도 이불을 박차고 새벽으로 뛰어드는 이들이 참 위대하다.    

  

바다 위에는 패들보트를 타는 이들이 합류해서 멋진 일출 장면이 만들어진다. 송정해수욕장 바로 앞에서는 분명 서퍼들이 바다를 가르고 있을 것이다.       


주차해두었던 자동차로 돌아서는데 “휙~!”하고 뛰는 이가 스친다. 짧은 러닝에 컬러풀한 쇼트 팬츠의 중년 남성이 규칙적으로 숨을 내뱉으며 뛰어간다. 검게 그을린 어깨 다리와 움직일 때마다 접혔다 펼쳐지는 근육의 움직임을 보니 규칙적으로 달리는 아침형 인간인가 보다.

     

광어골에서 송정해변으로 이어지도록 예쁘게 정비한 인도는 뛰는 맛이 날 것 같다. 특히나 이른 아침 일출을 오른쪽으로 보면서 파도소리 응원이 함께 이어지는 아침 달리기는 정말 드라마 같은 장면이 된다. 런데이 앱을 깔고 몇 차례 뛰고 걷기를 반복해 보기는 했지만 규칙적인 달리기 생활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래서 뛰는 이들을 보면 언제든 눈빛으로 존경을 표한다.  


송정 광어골 언덕배기에 위치한 오두막 같은 카페 올드머그로 향했다. 해변열차 길을 공사하면서 카페가 새롭게 자리하는 것부터 지켜봤는데 계속 번창하는 곳이다. 새벽 6시부터 12시까지 운영하면서 송정에서 운동하고 관광하는 이들이 언제든 쉴 수 있게 가게 문을 여는 곳이다. 24시간 운영하는 카페들이 있지만 이곳은 해변산책로 바로 옆에 위치하면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나만 알면 좋겠지만 좋은 곳은 어떻게든 누구나 찾아오게 마련이다. 아침 세트메뉴가 그야말로 대박이다. 부드러운 샌드위치 한쪽과 핸드드립으로 내려준 정성 들인 커피를 5천 원에 누릴 수 있다. 아침 일찍 움직인 것에 대한 보상으로 느껴질 만큼 즐거움이 크다. 잔잔한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잠시 후 산책로에서 운동 복장으로 여기저기 빈자리들이 채워진다. 6시 반인 데도 아침운동을 마친 사람들이 입장해 아침식사와 대화를 나눈다.



      

카페 앞으로는 고깃배들이 바다에서 정박했다가 움직이는 정적인 장면이 펼쳐지고, 뒤로는 산책로에서 걷는 이들과 뛰는 이들의 발걸음 소리로 동적인 분위기다. 단체로 뛰는 젊은이들의 에너지와 신나는 소리에 아침 세포들이 깨어나는 기분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이 맨얼굴과 가벼운 옷차림이지만 멀리 바다를 조망하며 앉은 모습들이 예쁘고 행복해 보인다. 아기와 나란히 앉은 엄마는 관광객인 듯하고 강아지를 의자에 앉힌 젊은 커플은 부산 어투로 익숙하게 카페를 누리는 것으로 보아 부산시민들인가 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투명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서 입술에 댄다. 시원한 아침 바람에 뜨거운 한 입도 즐겁다. 들고 온 두툼한 카디건을 어깨에 걸친다. 10월의 아침에 이런 즐거움이라니... 어젯밤에도 조기 축구장으로의 새벽 운전을 부탁한 아들이 고맙기도 하다.      


일일 운전보험을 매번 들어줄 수도 있겠으나 토요일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서두르는 아들과 동행하는 것이 즐겁다. 고맙다는 인사도 들으면서 부산의 멋진 일출도 볼 수 있으니 나에게는 일석이조 그 이상이다. 5시 반 우리 집 주차장 앞으로 아들 친구들 두 녀석이 합류했다. 이번에는 신선대 근처에 위치한 고등학교 축구장이다. 어떤 때는 황령산에 위치한 축구장이고 또 언제는 오륙도 근처의 축구장이다. 축구인들이 선호하는 축구장조차도 바다 가까운 곳들이다.      


현관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아들을 불러 세웠다.

“우와 하늘 좀 봐~!”

“네, 저도 별 봤어요~.”   

  

광안대교를 지나는 동안 옆에 앉은 아들을 다급하게 부른다.

“왼쪽 봐봐 ~! 해뜨기 전 하늘색이 너무 예쁘지? 색감이 아주...”


핸드폰을 세우며 동영상을 찍는 아들을 확인하자 뿌듯함으로 운전하는 엉덩이가 들썩인다.   

  

조기축구를 위해 일찍 잠들고 새벽에 일어난 젊은이들을 백미러로 힐끔 보며 웃음이 난다.      




‘그래, 미치지 않으면 이렇게 이른 새벽을 깨울 수 없지!’     



이전 02화 광안리 일출은 어떠신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