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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Sep 23. 2022

부산이 다 보이는 황령산

부산에는 산도 많답니다.


“영화 한산에 나온 부산포해전의 그 부산포가 저~쪽이야.”      


남편은 황령산 꼭대기 게시판에 세워진 지도를 비교하며 손가락으로 영도와 부산항 쪽을 가리킨다. 평소 이순신의 자취에 관심이 많던 남편은 최근 함께 관람했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부산은 바다만 많은 도시가 아니다. 지명에도 산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의외로 산의 도시다. 각 구마다 해발 400m 안팎으로 대표하는 큰 산들이 한두 개쯤은 위치하고, 그에 연결된 작은 산들이 수 없이 많다. 어디서든 눈을 들어 창을 보면 푸른 산을 볼 수 있는 도시다.     

 

해운대구에 살 때는 많은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서 구민들이 사랑하는 장산과 기장군 불광산에 가끔 올랐다. 연제구에 이사 온 이후로는 케이블카가 설치된 금정산과 수영구의 광안리 해수욕장의 멋진 풍광을 눈으로 훑을 수 있는 황령산에 오른다. 특히나 황령산은 꼭대기까지 자동차로 오를 수 있게 도로가 정비되어있다. 그리고 황령산 전망대와 주변에는 멋진 카페가 자리하고 있어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다. 부산에 있는 동안 나를 찾아오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빠뜨리지 않고 소개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도권에 살던 언젠가, 9시 뉴스 기자가 헬리콥터에 타서 마이크를 꼭 부여잡은 채 벚꽃길이 도로를 따라 산 중턱에 펼쳐진 부산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신기하게만 보았던 그 멀고 먼 부산에 내려온 나는, 다섯 번의 봄을 지냈다. 그동안 산속에 굽이굽이 위치한 그 벚꽃 길을 수없이 걷고 운전했다. 내가 매년 봄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령산의 긴 벚꽃 터널은 꽃이 피어나는 날부터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지는 날까지도 아름답다. 오래된 벚나무들이 높게 가지를 펼치고 있어 차량이 지나가는 도로를 가득 에운다. 4월 봄날에는 황령산 벚꽃 터널을 1차로 통과한 후 내리막길을 따라 광안리 바닷가 삼익 맨션 벚꽃 길을 2차로 드라이브한다. 부산의 봄은 다양한 꽃구경으로도 한 달을 즐길 수 있다.     


빨래를 널다가 혹은 청소를 하다가도 아파트 창문으로 보이는 황령산 옷차림으로 계절 변화를 알 수 있다. 봄에는 연초록에 핑크빛 기다란 꽃길이 보이고, 여름에는 초록초록 푸르다. 가을이면 곳곳에 단풍이 들고, 겨울이면 듬성듬성 잎을 떨어뜨린 앙상한 가지들로 스산한 추위를 느끼게 한다. 눈이 내리지 않는 부산이기에 흰 눈 덮인 산을 볼 수 없어 아쉽기는 하다.      


다른 산에 오를 때는 등산복과 운동화를 꼭 갖춰야 하지만 황령산은 다르다. 구두를 신고도 마음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황령산은 수영구, 연제구, 남구, 진구 이렇게 네 개의 지역에 넓게 펼쳐진 산이다. 부산 시민이라면 누구든 산을 오르고 싶을 때 금방 갈 수 있는 가깝고도 친근한 산이 바로 황령산이다. 


우리 집에서는 10분쯤 차를 몰아 물만골 역 쪽으로 입산한다. 경사가 있어 조금은 거친 길이지만 전망대로 오르는 중간에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의 모습을 잠시 볼 수 있다. 푸른 양철지붕으로 가득한 물만골 마을과 산사가 황령산 입구 완만한 곳에 위치해 있다. 부산 곳곳에는 전쟁과 피난의 역사들을 짐작케 하는 장소들이 여전히 잔재한다. 

 

오르막길을 자동차와 함께 숨 가쁘게 진행하다 보면 완만해진 산등성이에 전망대 표지판이 보인다. 산 중턱에 자리한 무료주차장에 차를 두고서 나무 계단이나 비상차량용 시멘트 길을 10분 정도 걸어 오른다. 이 정도가 진짜 두발로 걷는 잠깐의 등산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다양한 풀꽃을 들여다보고 추운 날에는 낙엽을 밟기도 한다. 10분간 등산으로 황령산 쉼터에 오르면 왼쪽과 오른쪽 혹은 멈춤의 선택지생긴다. 쉼터에서도 부산의 명소인 광안대교와 일대를 살펴볼 수 있다. 처음 황령산에 오른 이들은 여기까지가 끝인 줄 생각하고 인증 사진을 남기고 하산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부산 시민이라면 왼쪽 산길을 잠시 따라 올라가 데크길이 연결된 오르막을 찾을 것이다. 왼쪽 전망대는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는 절경이 펼쳐진다. 기장과 광안리 그리고 부산 남구의 모든 바다를 보여준다. 외떨어진 작은 절벽에서는 사진사를 동반한 예쁜 언니들이 각양각색 포즈를 취하며 인생 사진을 찍기도 하는 곳이다. 다음번에는 나도 남편에게 사진기를 주며 사진사가 멈췄던 그 자리에 세워보리라.      


쉼터의 오른쪽 산길을 따라 5분 정도 꼭대기에 이르면 황령산 봉수대에 도달한다. 다시 정비된 현대판 봉수대임을 바로 알 수 있지만 배움을 입는 학생들에게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현장답사 장소다. 왜적의 침략이 잦았던 부산에서는 봉수대의 역할이 무척 중요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봉수대에 관해 설명하는 부모들을 가끔 볼 수 있다. 부산포 전투에서도 분명 이 봉수대에서 봉홧불이 올랐으리라.      




봉수대를 지나면 넓게 펼쳐진 전망대가 보인다. 황령산 전망대는 흔들 그네가 자리하고 포토존이 멋지게 준비된 부산의 관광명소다. 이곳은 연인과 친구끼리 한 밤 중에 찾아오는 야경이 멋진 대표적인 곳이다. 부산 관광책자를 처음에 펼쳤을 때, 형광펜으로 크게 표식 하고서 안내서 한 장만 의지해서 자동차로 올랐던 곳이다. 처음에는 끝까지 오르는 것을 몰라서 주차장에서 야경과 부산의 밝은 달을 보고도 만족하며 하산했었다.     

 

야간에는 화려한 서면의 도심 불빛을 뒤로하고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면 빛과 어두움의 조화로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찍어도 작품이 되는 곳이 바로 부산이다. 전망대 옆에 세워진 송신탑은 밤이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우뚝 솟아 색깔을 바꾸며 존재를 나타낸다. 산꼭대기 명소의 분위기를 한껏 더하는 장치로 사용되는 중이다.      


쉼터로 다시 내려와 자세히 보면 멋진 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전망대에 세워진 이 카페는 높은 위치와 넓은 창들을 잘 사용했다. 커피 한 잔 들고 앉아서도 부산의 멀리까지 일면을 둘러보게 한다. 카페를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내리막길은 등산 후 느끼는 뿌듯함까지도 얻어간다. 짧은 시간으로 427m의 황령산을 정복할 수 있으니 관광객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장소다.    



  


차 머리를 광안리 쪽으로 돌려 하산하다 보면 산 중턱 길 가에 차를 멈추고 매번 사진을 찍는 전망대가 있다. 부산에 사는 친구들도 몰랐다는 이곳은 차량이 없으면 멈춰 발견하기 쉽지 않다. 이른 아침에는 광안대교와 함께 해가 뜨는 장면을 담을 수 있고 낮에는 구름 가득한 하늘과 함께 바다와 멋진 산까지도 한 화면에 채울 수 있다. 밤이 되면 깜깜한 배경에 다양한 색으로 반짝이는 광안대교와 빽빽한 수영구 도심의 불빛들을 촬영할 수 있다. 부산만이 갖고 있는 세련되고도 웅장한 장면이다.

     

황령산에서 연결된 도로가 금련산으로 연결되어 있다. 금련산 역으로 내려오면 광안대교와 지극히 도시스러운 광안리 해수욕장을 누릴 수 있다. 산과 바다를 모두 누리는 관광객 같은 부산시민이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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