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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Sep 26. 2022

부산에서도 단팥 사랑은 ~ing

부산의 서민 디저트 팥빙수와 단팥죽

선물로 건네받은 단팥빵을 에어 프라이기에 데웠다. 달콤한 단팥이 입안에서 뭉그러지는데 기분이 좋다. 신맛이 추가된 쌉쌀하고 진한 커피 한 잔에 함께하니 단맛과 쓴맛의 조화가 최고다.





그나저나 부산에 와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팥 요리가 나는 너무나 좋다.   

   

골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단팥죽 집에는 단팥죽과 팥빙수를 년 내내 가벼운 호주머니로도 즐길 수 있다. 지금은 천 원, 천 원이 되었지만 오 년 전 부산에 와서 국 대접 크기의 그릇에 가득 담은 팥빙수가 천 오백 원이라는 사실에 내심 기뻤다. 당시 해운대 고가다리 밑에 있던 두 개의 단팥죽 점포에서는 경쟁을 하듯 손님들이 길가에 앉아 빙수와 단팥죽을 먹었다. 딸아이는 왼쪽에 있던 가게 사장님의 친절에 감동한 이후로는 부산에서 제일 맛있는 가게라 했다. 작지만 불티나게 장사가 잘 되던 그 가게에는 부산영화제에 왔다가 들러 간 유명 연예인들의 사인들이 가득했다.     

 

그냥 일반 얼음을 갈아 우유를 붓고, 직접 달인 단팥 두툼하게 올린 후 잘게 깍둑썰기해서 조린 사과잼을 한 티스푼 올려 주는 게 전부다. 그런데 가끔씩은 그 맛이 생각난다. 카페에서는 빙수가 비싼 음식이겠지만 부산 시장과 골목 사이에서는 시민들의 반가운 디저트 가게가 되겠다.      


오히려 나에게는 용호동 할매 팥빙수가 마음에 든다. 여름이 되면 몇 개씩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고서 지쳐서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선물로 사용한다. 차를 타고서 광안대교를 지나 용호동 시장 골목까지 가야만 팥빙수 본점을 찾을 수 있다.


부산에 처음 내려온 얼마 후 관광책자를 들고서 맛집이라며 찾아갔던 곳이다. 이 가게에서 단팥죽과 팥빙수를 맛본 후로는 철마다 가끔 들른다. 광안대교 근처에 볼일이 생기면 단팥죽과 팥빙수를 여러 개 포장해서 집으로 간다.     


30년 이상 고객들에게 인정받으며 성실히 운영한 터라 ‘백 년 가게’로 선정된 이 가게는 단팥죽과 팥빙수 그리고 겨울에는 붕어빵을 함께 판매한다. 매 번 방문할 때마다 손님으로 가득한 이곳은 백화점과 큰 매장에도 분점을 차릴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맛집이 되었다. 여러 방송매체를 통해 팥빙수 3대 맛 집으로도 소개되기도 했다. 적당한 가격에 넉넉한 인심 그리고 깨끗하고 달콤한 맛이 인기비결일 수 있겠다.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사과잼을 뭉갠 후, 통단팥을 얼음과 함께 숟가락에 떠올려 한 입 먹으면 시원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묵직한 단맛이 딱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한다. 바닥까지 싹 긁어먹을 정도로 달콤한 팥빙수는 한여름에는 꼭 들러서 먹고 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예부터 팥은 건강에 좋은 곡류로서 밥과 떡 그리고 죽에도 사용되었다. 현대 식품영양학에서도 그 영양가들을 높이 평가한다. 팥은 비타민B1과 C1이 풍부해 탄수화물을 분해해서 소화 흡수율을 높인다. 피로 해소와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사포닌이 풍부해서 장을 자극하고 이뇨작용과 부기를 빼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팥은 식이섬유나 칼륨 등 여러 영양소들이 풍부해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음식임이 분명하다.     


나의 단팥 사랑은 이렇다. 빵가게에 들어서면 단팥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쌀 단팥빵, 옛날 단팥빵, 국산 통단 팥빵 등 여러 종류로 크기와 가격도 다르다. 중간에 검은깨가 송송 심겨서 반짝 빛이 나는 오동통하게 부풀어 오른 단팥빵은 기본적으로 꼭 하나씩 쟁반에 담는다. 나의 경우에는 카페에 가면 라테를 기본으로 그 집 맛을 판단하고 빵집은 단팥빵기준으로 삼는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광안리 빵천동 거리를 방문할 때도 그랬다. 쌀빵으로만 만든다는 ‘순쌀빵’, 크루아상이 맛있는 프랑스 제빵사의 메트르 아티정에 가서도 단팥빵을 집어 들었다. 부산의 빵집인 옵스와 비앤씨에서도 단팥빵을 먼저 맛보았다. 맛있는 빵집들로 가득해서 티브이에서도 소개된 부산의 다양한 빵들을 집으면서도 기본적인 단팥에 손이 가는 것을 보면 단팥 사랑은 기본적으로 내 안에 깊이 배어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글쟁이 중에 누군가가 써놓았던 글이 생각난다. 팥을 삶듯 그렇게 글을 쓰라고 했던가... 글쓰기마저도 팥이 들어가서 반가웠던 구절이다. 센 불에 금세 익힐 수 없는 팥은 밤새 불렸다가 중간 불에 은근히 오래 삶아야 하는 단단한 콩류다. 잘 영글어서 꼬투리를 터뜨린 팥알을 밭도랑에서도 한 알 씩 주워보고, 팥죽을 위해 팥을 여러 번 삶아 보았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불리고 익히는  시간을 잘 버티는 글쟁이가 되고픈 마음을 단팥빵과 함께 꿀떡 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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