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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Oct 06. 2022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부산의 시장을 관광하세요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부산은 지역 시장이 관광 상품이다.


부산 기장시장


부산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담은 많은 영화가 부산 곳곳에서 촬영되었다. 그중 부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시장을 배경으로 사용한 영화들이 있다. 영화 ‘보안관’의 배경이 된 곳은 해산물로 유명한 기장시장이다. 영화 ‘친구’에는 거대한 자갈치 시장이, 영화 ‘국제시장’에는 실제 국제시장이 배경이 되었다. 국제시장 영화에 ‘꽃분이네’로 등장한 가게는 부산관광명소로 인기 있었다.      


5년 전 부산에 처음 왔을 때 관광지로 꼽아두고 찾아간 곳이 국제시장과 깡통시장이다. 당시는 6.25를 배경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상영된 직후였다.  국제시장의 영화촬영소인 꽃분이네 가게를 찾아가 인증사진을 찍고 부산시장의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는 즐거움이 제법 컸다. 상인들의 주고받는 부산 사투리와 툭 던지면서도 정이 느껴지는 부산의 말이 가장 현장감 있게 느껴진 곳이었다.  

    

부산에 와서 놀라웠던 것은 지역구마다 유명 시장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장에는 해산물이 유명한 기장시장, 해운대구에는 시장음식들로 유명세를 떨치는 관광지 해운대 시장이 자리한다. 동래구에는 동래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래시장이, 수영구에는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에 남천 해변시장과 수영 팔도시장이 있다. 바다에 가까운 남구에는 무역을 위한 항구가 많아 부평깡통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충무 동해안 시장, 진시장 그리고 영도에도 영도시장이 자리한다. 그 외 동네 골목들에는 크고 작은 시장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어 서민들의 필요를 채우고 있다.      


지역 시장이 이렇게 큰 규모와 많은 개수로 운영되는 도시는 부산이 최고라 생각한다. 부산에 살면서 보니 부산에 거주하는 지인들은 결혼식 한복이나 이불을 구입하기 위해 여전히 진시장으로 향한다. 주변 친구들을 따라 진시장에 갔다가 그 규모에 놀랐다. 서울 남대문시장의 규모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불과 원단, 의류, 액세서리 재료 상가들로 구획이 잘 이루어져 있었다. 상가를 돌아다니며 시장을 구경하고 저렴한 값에 물건들을 구입했다.      


부산의 예비부부들은 여전히 평화시장이 있는 범일동의 귀금속 테마거리를 찾아간다. 깨끗하게 정비된 500여 개의 주얼리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다. 골드테마거리를 지나치면서 예쁘게 정렬되어 반짝이는 보석들을 구경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살펴보는 것도 큰 재미다. 최근 지인의 딸이 결혼반지를 준비하러 범일동으로 데이트를 간다 했다. 아무래도 보석상보다는 좀 더 저렴하게 커플링을 맞출 수 있는 곳임이 분명하다. 아직까지 젊은이들도 시장의 귀금속 가게를 찾는 것을 보면 디자인과 유행이 뒤지지 않고 경쟁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가끔 만나는 중국인 부산대 유학생은 주말에 해운대 시장 양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밤 12시까지 근무한다고 하니 해운대시장은 관광객을 위해 늦은 밤까지도 불을 밝히고 있는 모양이다. 외국인들의 발길이 다시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빠지지 않고 찾아보는 곳이 그 나라의 시장이다. 아랍에미리트에 가서는 금시장과 전통시장을 둘러보며 향신료와 찻잔을 구입했다. 터키에서는 이스탄불의 시장에 들러 유명한 터키 디저트를 종류별로 구입했다. 다양한 음식과 식재료를 구경하고 맛볼 수 있는 시장 구경은 관광 중에 빠뜨리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제주를 가면 동문시장과 올레시장에 들러 딱새우와 전복을 맛보고 감귤과 오메기떡을 구입한다. 전라도 벌교시장에 가면 꼬막과 양다래를 구입하고, 포항 죽도와 구룡포 시장에 가면 과메기와 대게 그리고 물회를 맛본다. 지역마다 시장은 그 지역의 특산물과 대표적인 식문화까지도 보여준다.      


제주 동문시장


시장은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축제의 부대행사가 함께 하는 복합 문화센터다. 특히나 한국의 시장은 정이 오가는 푸근함을 느낄 수 있고 부지런한 상인들의 움직임으로 생동감을 전달받는다. 최근에는 늦은 밤에도 관광객을 맞을 수 있도록 야시장이 발달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어릴 적 엄마를 따라서 시장에 가는 일이 즐거웠다. 큰 딸인 내게 주어진 특권이기도 했고 붕어빵이나 호떡 한 개가 더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버스를 타고서 엄마의 뒤를 따라 종종거리면서 시장을 몇 차례 갔던 일이 흑백사진처럼 기억난다. 엄마가 차근차근한 말씨로 가격 흥정을 하시던 일들, 하나씩 더해진 무거워진 짐들은 머리에 이고도 돌아왔던 일들이다.      


대학생 때는 일부러 복잡한 시장을 들러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악착같이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서 씩씩하게 행진하는 노인들, 소음과 가득 쌓인 농수산물 속에서 나는 생기를 얻어서 돌아갔다. 게을러지거나 절망이 될 때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억했다. 내 마음이 제자리에서 너무 멀리 떠나가지 않도록 붙잡던 나만의 특효약 중의 하나가 시장 구경이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문 앞에 배달해 주고, 모든 것이 갖추어진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자동차에 실어오는 편리함을 누리는 우리의 삶이기는 하다. 하지만 가끔은 시장에서 인생의 묘미를 찾아보길 권한다. 특히나 부산을 여행하면서 시장관광을 코스로 넣어 맛있는 음식과 쇼핑을 누려보길 추천한다. 부산 아지매들의 씩씩한 어투에 진정한 부산을 즐길 수 있다.           


부산의 시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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