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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Oct 06. 2022

내가 사랑하는 영도 산책길

이른 아침 흰여울길을 걷습니다.

 

이른 아침 해운대 달맞이 길에서 차를 몰아 운전하면, 30분 후 닿을 수 있는 곳이 영도 흰여울길이다.




고등학생이던 두 아들을 서둘러 교문 앞에 내려주고 집이 아닌 광안대교로 향했다. 이른 아침의 일탈은 광안대교를 올라타면서부터는 영화가 된다. 아침 7시 반, 그 복잡하던 광안대교도 한가한 시간이다. 양 옆으로 넓게 뚫린 시야에는 광안리 해수욕장과 동해의 푸른 수평선이 들어온다. 잠시 속도를 줄이고 유리창을 열어 손을 내민다. 영화 같은 장면 내 것이 된다.


신호를 몇 개 지나지 않는 지하차도와 부산항대교 톨게이트를 지나면 영도로 들어가는 내리막이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송도까지 넘어가 버린다. 오른쪽 영도 안내 표지를 따라 바짝 붙어 영도로 진입한다. 영도를 지킨다는 봉래산이 우뚝 솟아 환영한다. 송도로 건너는 고가도로 아래 길을 따라 흰여울길 향한다. 부산의 깔끄막과 좁은 골목들을 지나 드디어 거대한 배들이 보인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햇살과 배들의 정거장인 묘박지에 유조선들의 나란히 정박한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매번 사진을 찍고 익숙하면서도, 현장의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골목에 주차하고 일부러 흰여울길의 시작점부터 걷기 시작한다. 다닥다닥 붙어 뒤엉킨 성냥갑 같은 집들 사이에는 미로 같은 골목들이 해안 절벽까지 연결된다. 양철지붕에 파란 물통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집들은 영도의 가난했던 옛 모습들을 보여준다. 관광 중 조용히 해달라는 부탁 글을 읽으니 골목 안쪽에 숨죽이며 조용히 살고 있는 거주민들의 사정이 짐작된다. 그런데도 흰여울길 바로 옆으로는 작고 예쁜 카페들이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해안선 절벽을 따라 외길로 전망대까지 이어진 흰여울길을 멀리서 바라보면 그야말로 이탈리아 유명 휴양지인 포지타노다. 절벽마을 아래로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해변에서 수십 개의 계단을 타고 올라야 하는 흰여울길에는 바다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도록 길고 좁은 길이 이어져 있다. 길 위에서 폰을 올리고 사진을 찍으면,  아침 햇살과 어우러져서 어떻게 찍어도 멋진 작품이 된다.  

    

이른 아침 자유로운 고양이들이 여기저기서 멋진 포즈로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이 영도의 주인이 된 듯 사람의 지나침에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 바다와 함께 구도를 잡아 녀석들의 모습을 사진에 남겨본다. 붉은 대야에 담긴 선인장과 대파 화분도 자연스럽게 냥이와 어우러진다.


곳곳에 자리 잡은 카페들은 규모가 작아도 창으로 보여주는 송도와 영도의 바다 때문에 이미 완벽한 한 면의 인테리어를 갖춘다. 오전과 저녁 어느 때 방문해도 커피 한 잔과 바다 멍을 누릴 수 있는 곳들이다.      




오후에 영도를 방문할 때는 가끔 절영 해랑길과 중리 해안 산책길로 향한다. 제법 큰 섬인 영도에는 해안을 따라 산책길이 많다. 그래서 날씨가 맑은 날 근처에 사적인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바다에 들러 잠시라도 걷는다. 부산에 바다가 있는 곳은 그 어디나 멋진 포토존이다. 시야가 맑은 날이면 52km 거리의 일본 대마도를 볼 수도 있다. 영도에는 부산시민들도 잘 모르는 멋진 산책길들이 숨겨져 있다.     


절영 해랑길은 부산 영도 절영해안 산책길에 이어진 해안 위쪽 길이다. 과거에는 군사보호 구역으로 접근이 어려운 곳이었다는데 지역민들을 위해 멋지게 다시 개발되었다. 작은 숲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해안선을 따라 작은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해변까지 내려갈 수 있다. 언덕과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등산을 하듯 숨이 차면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바닷바람을 피하려 싸맸던 모자와 머플러도 하나씩 벗어내고 시원한 바람을 샤워하듯 즐기게 된다.      


바다로 향하는 나무계단을 내려가 보면 시멘트에 자갈돌을 꾹꾹 눌러 그린 멋진 선박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의 수수깡 작품 같은 모양새이지만 언제든 찾아가 보아도 멋지기만 하다. 바로 앞에 찰랑거리는 물결과 선박 그림 그리고 멀리 보이는 유조선들을 한 프레임에 담아 사진을 찍어본다. 고개를 들어보면 갈매기를 조형물로 세운 가로등이 보인다. 부산의 시조이고 영도의 새인 갈매기는 부산의 해안길 이름에 넣어 갈맷길로 칭한 소중한 존재다. 바다와 함께 갈매기 가로등을 포함시켜 사진을 찍으면 마치 갈매기가 날아가는 듯한 바다사진이 된다.      


바다가 붉어지면 서둘러 절영 해랑길을 빠져나가 중리항 등대로 향한다. 성게 김밥으로 유명한 이곳 중리 등대는 노을이 더 맛있다. 중리 해녀문화 전시관이 들어섰고 노을전망대가 새로 자리 잡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계속될 것 같다.      


해는 금세 지고 노을의 여운까지도 예쁘기만 하다. 사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색이다. 가끔 노을을 바라보는 사람의 피사체를 담으면 더 멋진 사진이 된다. 자연은 인간과 어울릴 때 한 층 더 멋져 보이기도 한다.      


이왕 늦은 김에 영도의 야경을 구경하러 바닷가의 카페로 향한다. 반짝이는 부산항 대교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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