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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May 20. 2021

다 받아주는 바다가 좋아!

내가 좋아하는 곳

받아라 받아! (바다라 바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다 받아주는 바다이다.
수평선이 보이는 드넓은 바다는 그저 자신처럼 세상을 받아 내라고 말한다. 찾아가면 언제라도 나를 받아 주듯이 말이다. 그래서 바다에 가면 분노, 슬픔, 섭섭함, 부끄러움조차도 차분해지고 고요해진다. 동해의 푸른 바다는 이런 것들을 충분히 받아 줄 수 있을 만큼 맑고 푸르고 깊다는 신뢰가 생겨났다.

어릴 적에 섬으로 발령을 받으신 아버지를 따라 바다 옆에서 학교를 다니고 놀이를 했었다. 까마득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김과 미역을 따는 배를 구경하기도 했고, 바닷가에서 체육 수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바다는 어릴 적부터 내게 참 익숙하고 정겨운 대상이다.

결혼을 하고서도 바다와 관련이 있는 회사에 다니는 남편과 함께 서울 본사를 제외하고는 바다 근처에 거주했었다. 해변을 거닐고 해산물을 즐기고 바다를 누리는 것은 어쩌면 평생 내게 주어진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내 차 트렁크에는 캠핑 의자 두 개와 운동화 그리고 슬리퍼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해변에 의자를 펴고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만남의 장소로 기회들을 누린다. 이탈리아의 포지타노, 아말피 해변이 부럽지 않다.

부산에 내려와서 새롭게 보게 된 바다의 모습들이 참 많다. 아마도 좋아하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도 많은가 보다.

해변마다 다른 모양으로 세워진 등대는 모양을 살펴보고 이름을 불러보는 재미가 있다. 청사포의 쌍둥이 등대, 기장의 젖병 등대, 야구 등대, 월드컵 기념등대, 그리고 태권 V 등대까지 다양한 등대들을 구경을 할 수 있다.

종종 보이는 해녀들의 모습도 신기하다. 검은 해녀복을 입고서 부표를 띄운 채 물질을 하는데 가끔씩 귀 기울이면 특이한 휘파람의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녀들이 물질해 올린 신선한 전복 등 해산물들을 바로 맛볼 수 있는 곳이 부산이다. 청사포에서 멀리 해녀의 물질을 보게 된 기회는 그저 놀라웠다.

말 이른 아침 바다에 나갔다가 돌고래 떼인 줄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해운대에서 청사포를 거쳐 송정해수욕장까지 바다수영을 하는 수영 동호회 분들이었다. 줄을 지어 헤엄을 치다가도 모여서 바닷속에서 쉬어가고 서로 격려하며 송정까지 와서는 모두들 각자의 차를 타고서 헤어진다. 종종 보게 되는 바다 수영하는 분들의 열정과 멋짐에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송정해수욕장에서 만나는 서핑족들의 모습도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을 방불케 하는 멋짐을 보여 준다. 서핑 초보족들의 바다에 거꾸러지는 모습과 익숙한 선수들의 도움닫기부터 물결 위로 미끄러지듯 보드에 올라타는 모습까지도 너무나 재미있고 신기하다. 해변을 걷다가도 이러한 장면들을 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바다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은 바다가 내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여름에는 오전 5시가 넘는 시간에 , 겨울에는 오전 7시 반에도 일출을 만날 수 있다. 해가 뜨기 전 바다 주변부터 물들이는 그 붉음은 사진으로나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해가 뜨기 바로 직전 바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내가 좋아하는 곳... 이런 장면들을 보기 위해 수 없이 자동차의 엑셀레이터를 밟기도 하고 추운 날은 자동차 안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멋진 장면을 찍기 위해 출사 나온 사진사들은 태양의 입장을 얼마든지 기쁘게 기다려준다.

일몰을 기다리며 서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에는 왠지 모를 숙연함을 느낄 수 있다. 내일 다시 떠오를 태양과 아쉬운 굿바이를 하면서 말이다.



해운대에서 바라보는 석양



요즈음은 바다를 구경하는 것보다도 근처에 새로 생기는 카페들에 관심이 간다. 신기한 것은... 똑같은 바다인데도 이 카페의 창에서 보는 바다의 모습이 다르고 저 카페의 옥상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다르다. 같은 사진에다가 포토샵으로 틀을 바꾸고 꾸밈 기능을 하면 더 멋진 사진으로 재탄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찌 되었든 내가 좋아하는 곳,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맛있는 커피 한 잔을 곁들인다면 그 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싶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된 기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바다에 대한 사랑과 호기심이 얼마나 큰지 제주를 여행할 때면 하루는 서쪽으로 반 바퀴, 하루는 동쪽으로 반 바퀴를 돌면서 모든 해수욕장은 다 멈추어 보는 것 나의 즐거움이다. 해변의 모습과 바다의 모양은 각각 특징과 다양함이 있고 날씨와 계절에 따라서도 분위기와 모습이 다르게 나타난다. 계절 따라 기분대로 다양한 옷으로 연출하는 여성처럼 말이다.

에메랄드색의 잔잔한 바다가 예쁜 송정해수욕장, 각국의 관광객과 버스킹으로 멋진 분위기를 선보이는 해운대 해수욕장, 광안대교와 화려한 야경이 멋진 광안리 해수욕장, 일몰의 규모에 감탄케 하고 산책로가 멋진 다대포 해수욕장 그리고 케이블카와 구름 산책로를 걸을 수 있는 송도 해수욕장...

내가 좋아하는 곳, 부산의 멋진 바다들이 잘 보존되고 관리되어서 언제나 추억하고 싶은 바다로 기억되고 남겨지기를 부산시민으로서 소망해본다.



송정해수욕장에서 일출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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