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성은 인사에서 나온다."
엄마가 늘 강조하시던 말씀이 "인사 잘해라."였다. 아마 모든 부모님이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알려주시는 최초의 예의일 것이다.
엄마의 인사 예절 교육이 그때는 조금 버겁기도 했다. 봤던 분을 다시 만나면 만날 때마다 인사하라고 시켰다. 여러 번 인사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엄마에게 그건 변명일 뿐이었다. 인사성이 없는 사람은 기본 예의가 없다는 것을 삼십 후반을 향해가는 지금까지도 듣고 있다.
입학 전 나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외동이라 누구랑 어울려 노는 것보다 혼자 집에서 노는 걸 좋아했다. 집순이도 그런 집순이가 없었다. 눈물도 많아 울보였고 엄마 등 뒤에 숨기 바쁜 겁쟁이었다. 언제든 엄마 등 뒤에 숨어 있어도 된다.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아도 된다.
단, 인사는 한 후에.
어릴 때 길을 가다 엄마의 지인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분명했는데 반듯하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엄마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고 다시 인사를 하라고 했다. 어린 나이에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했다고" 짜증 섞어 얘기하자마자 엄마의 발차기가 엉덩이로 날아왔다. (심한 폭력이 아니라 살짝 걷어차는 정도) 아픈 건 아니었지만 서럽기도 했고 이놈의 인사가 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엄마 지인분께서 인사했다며 증언(?)을 해주셨다. 절대 밖에서 누가 볼 때 꾸짖거나 혼내지 않으셨고 나를 늘 존중해 주셨지만 이 부분만큼은 철저하게 가르치셨다.
어른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손님 오셨다 가시면 "안녕히 가세요"
무언가를 받으면 "감사합니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죄송합니다"
몸에 습관처럼 스며들도록 해주셨다.
반복해서 듣고 자리기도 했고 당연한 기본 예의이기 때문에 누구나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만 유별나게 배운 게 아닌 기본 중의 기본.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고 일을 하면서 다 이렇게 배우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왜 엄마가 그렇게도 강조했는지도 내가 보고 들으면서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아이들에게 인사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었다.
학원에 오는 학생들을 보면 들어올 때 기분 좋게 인사를 하고 들어오는 학생도 있고 보고도 그냥 지나가는 학생들도 있고 부끄러워하면서도 하는 학생이 있다. 처음에는 인사도 없이 지나치는 학생들에게 들어올 때 인사 똑바로 하라고 무섭게 얘기도 하고 나무라기도 했다.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냐며 싫은 소리도 했었고 인사가 왜 중요한지 알려 주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그들보다 연장자라고 해서 굳이 인사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들어오는 학생들을 붙잡고 인사 안 하냐 다그치기 전에 먼저 반갑게 맞아주면 되지 않을까. 엄마가 말한 인사의 기본이란 게 먼저 하지 말란 법은 없는데 말이다. 어른이니 아이들에게 먼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하는 게 당연하다. 말로 그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는 게 더 큰 교육이 된다고 생각했다.
"어린애가 어른을 보고 인사를 안 해? 잘못 배웠네?"라고 말하기 보다 "안녕! 어서 와 추웠지?"라고 먼저 말해주니 아이들의 몸에도 서서히 베어 가는 것 같다.
지금은 오래 같이 공부한 친구들이 새로운 친구가 들어오면 내가 말하기 전에 먼저 알려준다.
"인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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