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책도 출간했다.
괴로웠던 마음을 풀 길이 없어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괴로운 마음은 글에 담지 못했다.
나를 내려놓고 솔직함을 한 수저 넣고 저어야 제대로 된 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그 한 수저가 내게는 벅차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데 굳이, 그 글 안에 나의 괴로움과 고민, 슬픔을 갈아 넣어도 되는 걸가.
만약 소설이라면 "내"가 아닌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핑계로 서술할 수는 있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의 방향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 글은 쓰면 안돼. 강사잖아."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면 안돼. 어둡잖아. 혹은 가볍잖아."
"그런 글은 쓰면 안돼. 재미 없잖아."
그런 글은 어떤 글일까.
누군가 내게 "네가 좋아하는 글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써라." 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문득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글을 읽고 싶어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셀러들도 읽어보고 내가 쓰고 싶은 방향과 같은 글을 쓰는 작가님들의 책들도 찾아 읽었다.
그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내가 쓴 글은 나만 좋아하는 글일까.
내가 좋아하는 어느 부분을 누군가도 좋아해주지 않을까. 나는 괜히 오기도 부려봤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글과 내가 좋아하는 글.
내가 좋아하는 글에 대한 정의는 아주 쉬운 글이다. 읽히기 좋은 글이고 단순한 글이다.
책 한 권을 읽으며 문장을 이해해야 하고 그 안에 숨겨진 뜻을 찾아야하는 것보다 쉽게 술술, 금새 잊혀지더라도 "잘 읽히네."라고 불려지고 싶은 글이다.
나는 요즘 내가 좋아하는 글과 누군가가 좋아하는 글 사이 깊은 협곡에서 탈출의 기로를 찾고 있다.
나도 좋아하고 누군가도 좋아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말이다.
아주 쉽지만 가볍지 않고, 무던하지만 그 속의 재미도 있을 수 있는 글.
그런데 그 글들이 만약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그 누구도 읽지 않는 글이 된다면 진정한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끝까지 내 고집으로 끌고 나가야 할지, 아니면 누군가들이 읽고 싶어하는 글의 방향을 찾아야 할지.
나는 여전히 가난한 마음으로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