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는 발효해 만든 양조주를 여러 번 증류해서 만든 술이다. 필요한 것만을 남기기 위해 다른 성분들은 증발시키고 순수한 성분을 남긴 셈이다.
『Why You Should Read Children’s Books』의 저자 캐서린 런델은 동화를 ‘문학의 보드카’라고 표현한다. 다른 것들은 증류시키고 가장 순수하고 전형적인 형태의 희망, 기쁨, 두려움, 갈망만을 남겨놓은.
동화책은 오랫동안 ‘아이들의 책’으로만 여겨져 왔다. 부모는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거나 아이가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렀다. 나 역시 그림책 이후로는 동화책을 건네주기만 했고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내 손에 들린 동화책이 어색하기만 했다. 대부분 작고 얇은 편인데도 내가 읽을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앞섰다. 처음이 어려웠다. 막상 책장을 펼쳐보니 이야기가 술술 읽혔다. 큰 포부를 가지고 읽은 게 아니라 정말 재미있어서 읽었다. 어떤 날은 이야기가 금방 끝나 버릴까 봐 아껴 읽다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돌려달라고 핀잔을 듣기도 했다.
요즘 동화책은 내가 예상한 ‘어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 또는 훈육’하는 의도와는 전혀 달랐다.
내가 읽은 동화들은 아이들이 주연인 이야기, 마음이 주인공인 이야기였다.
그 마음들이 담긴 장면들이 나를 웃고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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