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동화책 돌려줘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매일 하는 말은 ‘뛰지 말아라’이다. 우리 집 아들만 뛰어다니는 줄 알았는데 길거리에 또래 아이들을 보면 비슷한 것 같다. 실컷 달리고, 공을 찬 후 몸으로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집에 와서 심심하다고 한다. 친구들은 게임을 하느니 닌텐도라도 사주라느니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나도 내심 유혹이 오긴 한다. 그럴 때마다 온갖 간식과 스포츠 선수들의 만화책들을 들이댔다. 하루는 손흥민 하루는 리오넬 메시 또 다음 날은 김민재 선수로.
우리 동네 도서관 카드 한 장으로 빌릴 수 있는 책은 총 5권이다. 가족 카드를 동원하여 나는 한 번 도서관에 갈 때 20권을 빌리곤 한다. 5권은 신간, 5권은 아들 손, 5권은 딸 손이 갈 만한 책, 5권은 내가 마음에 드는 책을 대략 고른다.
어느 날부터 아들 손이 갈 만한 책이 점점 고갈되어 간다는 걸 느꼈다. 어릴 시절부터 공룡, 똥, 귀신, 이순신 장군 이야기로 버티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구해준 건 담임선생님이었다. 아침 독서시간에 만화책 읽기 금지령이 내려졌다. 교실 또는 집에서 가져온 글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아들은 교실에 있는 책은 재미없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집에 있는 글책을 한 권 달라고 했다.
나는 딸의 책장으로 가서 가장 글씨가 크고, 짧은 이야기로 된 책을 열심히 골랐다. 첫 경험은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경로가 될 테니까.
첫 번째로 고른 책은 『귀신도 반한 라면 가게』. 라면 싫어하는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 나도 읽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제목으로 골랐다. 그날 밤 가방을 싸며 아이가 말했다. 또 다른 책 한 권 더 달라고 말이다. 오늘 본 책은 어땠냐고 물으니 무심한 척 재밌었다고 말하며 야구 글러브를 찾으러 떠났다.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나는 부담스럽지 않을 만한 글책을 한 권씩 골라 가방에 넣어주었다.
『피자 선거』, 『마법사 똥맨』, 『설전도 수련관』, 『전설의 딱지』, 『조선 축구를 지켜라』......
나는 광고 마케팅하는 사람처럼 남자아이가 혹할만한 제목을 골랐다. 아이는 한 권 두 권 이야기를 읽어가며 창작동화의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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