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새 옷, 크로스오버
그 새 옷의 탁월한 모델 <레떼아모르>
장르의 크로스오버그야말로 퓨전의 시대. 영화 감독들이 OTT서비스의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고, 다양한 장르의 싱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우리는 지금 '크로스오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 중 크로스오버가 하나의 장르로까지 자리잡은 분야는 바로 음악. JTBC에서는 크로스오버 그룹 결성 프로그램 <팬텀싱어>가 벌써 3개의 시즌이나 방영되었다. <팬텀싱어>를 통해 크로스오버 음악이 대중들에게 점점 가까워지는 가운데, 오늘 소개할 팀은 크로스오버 그룹이라는 타이틀에 아주 잘 어울리는 블렌딩 맛집 <레떼아모르>이다.
팬텀싱어3 출연 당시 '레떼아모르'국가대표 성악가를 꿈꾸는 베이스바리톤 길병민, 사이다 같은 청량한 고음을 자랑하는 테너 김민석, 이 두 음역대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바리톤 박현수, 그리고 아름다운 미성의 팝 발성 김성식으로 구성된 <레떼아모르>는 팀명에 '편지'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lettera'와 '사랑'이라는 뜻의 라틴어 'Amor'를 합쳐 '사랑의 편지'라는 뜻을 담았다. 그들이 보내는 사랑의 편지는 어떤 내용인지 아래 글을 읽으며 조금 더 알아보자.
1.그야말로 퓨전의 시대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이 구절을 노래로 읽게 된다면 당신은 <칵테일 사랑>이라는 곡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레떼아모르 얘기하다가 갑자기 웬 칵테일사랑?' 이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옥상달빛'이 부른 <칵테일 사랑>을 소개한다. '옥상달빛'의 <칵테일 사랑>은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이다.
크로스오버 음악은 하나의 장르에 또 다른 장르가 합쳐진 음악, 즉 '퓨전 음악'을 말한다. <칵테일 사랑>이라는 대중가요와 모차르트의 클래식 음악이 합쳐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칵테일 사랑>이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불리지 않는 것은 들었을 때 클래식은 없고 대중가요의 느낌만 남기 때문이다. 크로스오버는 두 장르가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장르인데, <칵테일 사랑>에서의 클래식은 편곡 과정에서 살짝 묻은 정도일 뿐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최근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클래식 중심의 크로스오버 팀들이 배출되면서 다양한 크로스오버 음악들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실력 있는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들이 팝 음악을 부르며 크로스오버 음악의 진입장벽을 허무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레떼아모르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네 목소리의 합이 매우 좋아 '블렌딩 맛집'으로 통하니, 어찌 크로스오버 장르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2. 두 마리 토끼
결승전 첫 무대 직전의 레떼아모르요즘은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했던가. 같은 알맹이라도 그 알맹이에 어떤 스토리를 담고 어떤 방식으로 전달을 하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레떼아모르는 탄탄한 알맹이는 물론, 그 알맹이를 예쁘게 포장 할 서사까지 갖춘 팀이다. 예쁜 포장지를 뜯으니 더 예쁘고 알찬 내용물이 들어있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선물이라면 누구라도 탐낼 법하지 않나.
레떼아모르의 멤버들은 팀이 결성되기 전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 과정을 결승곡들에 스토리로 담았다. 경연을 하면서 매번 탈락 후보에 들어 동료를 잃어야했던 길병민과 박현수, 예심에서부터 다음 라운드 진출에 난항을 겪었던 김성식, 그리고 진짜로 탈락해 집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김민석까지 누구 하나 순탄하게 올라온 멤버가 없었다. 힘들게 결성된 팀이었기에 그들의 결승곡에 담긴 서사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당신과 내가 함께라면 꼭 승리할 것이라는 의미의 곡 <You and I (Vinceromo) >로 시작한 그들의 항해는 힘찬 느낌을 담은 <Oceano>와 항해 중의 고난을 의미하는 <High and Dry>로 이어진 뒤, 그래도 우리의 사랑은 끝나지 않을거라는 <Love Will Never End>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런 레떼아모르의 결승전은 듣는 이들에게 마치 한 편의 드라마같은 느낌을 준다. 단순한 공연이 아닌, 치열하게 경쟁해서 올라온 싱어들이 부르는 곡이기에 사랑의 편지에 담긴 스토리가 더욱 빛난다.
결승곡들을 두고 길병민은 "삶의 고락을 표현했어요. 우리의 인생이 언제나 좋을 순 없으니까요. 다만 함께이니까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이 곡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라고 코멘트를 해 그 의미를 되새기도 했다.
예술의 본질은 감상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첫 걸음은 작품에 진심을 담는 것이다. 레떼아모르의 결승 전략은 그 조건에 더 없이 알맞은 전략이 아니었나 싶다.
3. 구슬은 처음부터 빛나고 있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만 구슬은 처음부터 종잇조각이 아닌 구슬이었다. 종잇조각을 꿴다고 보배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레떼아모르가 블렌딩 맛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개인 역량이 대단했던 네 명이 꿰어졌기 때문이다.
실로, 리더 길병민은 팬텀싱어 참가를 결정할 때 이미 런던에서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단원으로 활동 중이었다. 성악가로서는 더없이 대단한 커리어였지만 그는 그 앞에 다가온 <팬텀싱어3>라는 기회에 과감히 도전한다. 안정과 도전 사이에서 고민을 할 때 그는 "가장 가슴 뛰는 선택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팬텀싱어3>를 선택했고,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소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끊임없이 단련해 온 그의 행적을 생각하면 의아한 선택도 아니었으며, 결국 그는 자신이 한 선택 속에서 행복을 찾고야 말았다.
테너 김민석도 "안녕하세요"를 맹연습하며 긴장하던 모습으로 첫인상을 남겼지만, 사실 중앙음악콩쿠르 남자 성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이력이 있는 실력자였다. 그가 차지한 2018년의 1위는 3년만에 나온 1위라는 점에서 대단히 높이 평가된다. 그럼에도 그는 <팬텀싱어3>에서 어떤 팀을 만들고 싶냐는 물음에 "서로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라고 답했다.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늘 고민하는 그의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길병민은 그를 두고 내면이 강한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그 단단한 내면이 어떻게 단련되어 왔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바리톤 박현수는 어릴 적부터 팝페라 가수가 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예심 때도 정통 성악곡이 아닌 팝곡 <You've got a friend in me>를 불러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다. 거기에다 그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로도 이목을 끌었는데, 선곡과 잘 어울리는 패션이 예심 당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것으로 보였다. 그의 이름 석 자는 몰라도 "토이스토리OST" 혹은 "주황 조끼" 라고 하면 모두들 그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또한, 박현수는 '현수박수박수쳐'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기타를 치며 다양한 팝 음악들을 커버해서 올리는 그의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그가 항상 자신을 소개할 때 말하는 "낭만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 감이 잡힌다.
배우 김성식은 팀 내 유일한 성악 비전공자이지만, 방송 당시 고난도 오페라 곡 <별은 빛나건만>을 완벽하게 소화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 때문에 방송에서는 "성장캐"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사실 단 시간에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탄탄한 기본기와 실력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완성형"이라 라벨링하고 싶지 않은 것은, 그의 가능성이 앞으로 무한히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성식은 경연에서 탈락 후보가 된 뒤 "너무 아쉽지만 항상 가능성만 갖고 사는 저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거고,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재능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고 아쉬워하는 대신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할 줄 알았기 때문에 그가 결승까지 가게 된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성장이 기대된다.
이렇게 빛나는 구슬들이 꿰어져 만들어진 레떼아모르는 처음부터 보배의 가치가 되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중이다. 그 시너지가 그들의 항해에 오랜 동력이 되어주길..!
4. 2021년의 시작
4계절 내내 추운 겨울 같았던 2020년이 가고, 새 희망을 담은 신축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열흘이 되었다. 레떼아모르도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새해 인사를 전했는데, 그 인사 또한 각자 본인의 스타일대로 개성을 드러내 보는 이들을 웃게 했다.
다가오는 1월 26일에는 팬텀싱어 전 시즌의 파이널 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경연을 펼치는 <팬텀싱어 올스타전>이 방송될 예정이다. 쟁쟁한 팀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인 만큼 부담도 크겠지만, 그 속에서도 레떼아모르의 블렌딩이 눈부시게 빛나길, 항해가 신나고 힘차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