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요르단이란 나라가 이스라엘과 가깝게 있다는 걸 안 건 우리가 키부츠에 새로 합류했을 때,휴가를 떠나 얼굴을 보지 못했던 북유럽 삼총사들이 돌아오고 나서였다.
"요르단?? 거긴 왜 간 거야? 볼만한 게 있어?"
"이스라엘 방문 도장 찍히면 갈 수 있는 나라가 이집트랑 요르단 밖에 없어"
"그럼 이집트 가지. 거길 갔어?"
"이집트도 이미 중간중간 다녀왔었어"
"진짜? (* . *) 이집트는 어땠어?"
"뭐.. 좋아.. 그래도 난 이번 요르단이 더 좋았어"
"거기가 더 좋았다고?? 왜??"
.... 그래..(서양 애들은 웬만하면 다 Good이라고 하고, 취향도 특이하던데..)
그렇게 흘려보냈던 그곳을 굳이 가게 된 건, 그들의 권유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였다.
우린 2달을 계획했던 키부츠 생활의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3주 만에 키부츠를 나오게 되었고,
귀국 비행기를 타려면 갑자기 계획에 없던 중동 여행을 하며 1달 하고 1주일 정도를 보내야만 했다.
더구나 키부츠에 있는 동안 Volunteer trip이 있었던 관계로 이스라엘 주요한 지역은 이미 5일 정도 여행을 한 데다, 그렇다고 귀국 전 1주일을 계획했던 이집트 여행만 1달 이상을 하는 것도 아까워 유럽 아이들이 얘기해 줬던 요르단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행책 말고는 딱히 정보 루트가 없던 시절이라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요청해 받은 요르단 정보는 딱 1/4 페이지. 하기 3가지 정보가 전부였다.
하나. 넘어가는 국경은 두 군데로 배를 타고 넘어가거나 육지로 넘어갈 수 있음
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한 곳
셋. 페트라라는 고대 유적지가 유명함
우린 다 못 봤던 이스라엘 주요 도시 몇 곳을 여행하며 남단으로 내려가 아카바항이란 곳을 통해 넘어가기로 했다. 겁 없던 시절. 일단 가면 방법이야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떠났다.
(그 사이 이스라엘 여행 중 중간중간 계속 마주친 이집트 삼성 주재원으로 나온 한국 아저씨들로부터도 이집트보다 요르단을 꼭 가보라는 얘기를 다시 한번 들었다. 나중에 이 인연으로 이집트에서 그분들 집에 일주일간 머물렀더랬다)
Episode 2. 도시 자체가 서프라이즈
"눈을 감아봐. 자 조심조심. 이제 눈 떠. 짜쟌~~서프라이즈~~~"
뭐. 드라마를 보면 이런 장면들이 한번쯤은 나온다. 페트라는 한마디로 이런 드라마를 모두에게 선사한다.
페트라로 향하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이스라엘 아카바항에서 배를 타고 도착한 엘리엇에서, 페트라까지 왕복을 시켜주는 패키지에 쪼인했는데, 어둠을 뚫고 꾸벅꾸벅 졸면서 몇 시간을 달려 새벽에 도착한 페트라는 칡흙같이 어두웠다. 하지만 오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바로 쏟아지는 퇴약볕과 폴폴 날리는 모래 먼지들로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선택한 도보 여행은 결코 쉽지 않은 곳이었다. 대신 우린 젊음이 있던 때니깐.
우린 3일짜리 티켓 대신 돈을 아껴야 해서 하루 짜리 티켓을 사야 했고, 남들이 말이며 당나귀 탈 때, 부지런히 두 발을 움직여 페트라를 돌아봐야 했다.
걷고 또 걷고.. 페트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우리는 대체 뭐가 있다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큰 기대도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사실 난 페트라가 유명세를 탔다는 인디아나존스조차 보지 않았다. ㅡ_ㅡ;;)
그러다, 협곡이 나오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협곡.
멋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늘이라 좋았다.
그렇게 걷고 또 걷기를 반복..
앞에서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와~~웅성웅성"
뭐지.. 하지만 이 구불구불한 협곡은 한 치 앞을 미리 알 수 없는 길이다.
"뭐지? 뭐야?" 미치도록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보물은 정말 협곡의 끝까지 실체를 꽁꽁 숨기다가 끝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확 하고 선물의 리본을 풀 듯 순식간에 자신의 모습을 펼쳐낸다. 그리고 그 순간에 펼쳐진 실체가 너무 어마어마해서 보는 모두가
나도 모르게 "헉! 와~~ 뭐야!! 너무 멋있어!!"를 외칠 만큼 극적이다.
이 보물을 협곡 속에 숨겨 놓지 않았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서프라이즈 하게 감동이 강하게 밀려오진 않았을지 모른다. 그 뒤로 1달간 이집트를 거의 속속들이 쑤시고 다니고, 지금까지 수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녔지만, 그 순간의 감동과 강렬했던 인상을 능가하는 여행지는 아직까지도 없다.
페트라는 이 협곡 속에 외부로부터 꽁꽁 숨겨 놓은 도시라는 게 다시 한번 실감 나면서도,
이러한 극적인 구조가 있기에 더 빛나는 곳이다.
때문에 페트라에는 많은 유적지가 있지만, 그래도 페트라를 그리라면 바로 저 첫 만남의 순간이다.
강렬했던 저 첫 만남.
사람들이 가끔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여기는 이런 게 좋고, 저긴 이런 게 좋고, 좋은 여행지는 본인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어.
근데, 그래도 나에게 제일 좋았던 건 요르단 페트라야"라고 대답한다.
그럼,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요르단?? 거긴 왜?"라며, 당시 내가 키부츠 유럽 삼총사에게 했던 질문을 고스란히 나에게 다시 돌려준다.